21대 국회 열리며 발의된 '명절 휴일 추가 법안'?
석 달 넘도록 소위 문턱도 못 넘고 지지부진
"의무휴업일에 생길 휴무를 추석 당일로 당긴 것이라 어차피 피곤한건 마찬가지죠."
경남 창원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12년째 근무 중인 박모(50)씨는 지난 추석 연휴를 이렇게 회상했다. 무슨 얘기일까. 박씨가 일하는 마트는 추석 당일(10월 1일)이 쉬는날이었다. 하지만 이는 추석 연휴 이후에 예정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앞당긴 휴일에 불과했다. 의무휴업일과 명절 당일 휴무를 1대 1로 바꾼 것이라, 추석 연휴가 끼어있다고 해도 박씨의 휴무일에는 변동이 없다는 푸념이었다.
추석이나 설이 낀 '황금연휴'에 박씨같은 마트노동자들은 사실상 '휴일 특수'를 누리지 못한다. 이에 노동계를 중심으로 마트노동자들이 명절 연휴에 추가로 쉴 수 있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취지가 골목상권과 대규모 유통기업의 상생뿐 아니라, 업계 종사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이유에서다. 관련 법 개정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번 추석 연휴 전까지도 국회는 응답하지 못했다.
마트노동자들의 명절 연휴를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은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발의됐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에는 설날과 추석 당일을 추가로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은 지난 6월 26일 발의됐지만 석달이 넘도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큰 이견은 없지만 의무휴업일 적용 업체를 확장하려는 조항 등에 이견이 있어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절 당일 의무휴업'을 명문화했지만 휴식의 총량을 늘리지 않아 현장의 반발을 사는 개정안도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2일 제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설날과 추석 당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되, 해당 명절이 있는 달의 의무 휴업일이 이틀을 넘지 않게 했다. 이에 마트산업노조는 지난달 24일 "마트노동자의 요구는 의무휴업은 그대로 하고 명절 당일도 쉬는 것"이라며 허 의원 개정안을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허 의원은 "근로자 휴식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며 "실효성에 대한 찬반이 분분한 상황에서 의무휴업일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개인의 건강과 생산성 모두를 낮추기 때문에 휴식권 확대 쪽으로 정치권에서도 논의를 진척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이 지난해 대형마트 노동자 5,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9.3%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고, 23.2%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하루 이상 근무를 하지 못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대형마트는 택배와 유사하게 명절을 전후해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만큼, 휴식일 자체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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