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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퀵 기사 70% “보수못 받은 적 있다”… 플랫폼경제 ‘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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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퀵 기사 70% “보수못 받은 적 있다”… 플랫폼경제 ‘을의 눈물’

입력
2020.10.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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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배달의 민족 라이더스 센터의 모습. 뉴스1

9월 4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배달의 민족 라이더스 센터의 모습. 뉴스1

'온라인 플랫폼’이 급격히 커지면서 여기에 기대 경제활동을 하는 '을의 현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플랫폼과 이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관계를 규정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만들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대응에도 사각지대는 남는다. 대리기사나 음식 배달원, 가사 도우미 등 플랫폼에 종속돼 일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 개인 사업자 어느 쪽도 아닌 ‘플랫폼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플랫폼과 상점 사이에서 보수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적이 있거나, 일감을 거부했을 때 불이익을 받는 등 여전히 ‘을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형 공정거래연구센터 연구위원은 공정거래조정원의 ‘플랫폼 경제종사자에게 발생 가능한 불공정거래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는 기존의 직접 고용관계나 계약관계를 비켜가는 거래 관계를 형성한다”며 “사업자와 플랫폼 경제 종사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권리 구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종사자가 '보수 못받은 적 있다'고 응답한 비중단위 : %
공정거래조정원, 국가인권위원회


플랫폼 종사자 절반 “일감 거부하면 불이익”

이 연구위원은 국가인권위원회 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플랫폼 종사자들이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부당 행위를 당한 경험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대리운전 △퀵서비스 △음식배달 △플랫폼택배 △화물운송 △가사돌봄 △웹툰ㆍ웹소설 △전문프리랜서 등 8개 직종 종사자들이다.

조사 결과 플랫폼종사자의 42.8%가 보수를 지급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달에 한 번 이상 보수를 지급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도 9.1%에 달한다.

특히 대리운전기사와 퀵서비스, 화물 운송 종사자가 보수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다. 화물운송 기사는 77.3%(한달에 한 번 이상 15.5%)가 보수를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대리운전은 75.4%(한달에 한 번 이상 18.1%), 퀵서비스는 70.0%(한달에 한 번 이상 26.0%)가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이 연구위원은 “플랫폼 업체가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요금을 받은 뒤 플랫폼 종사자에게 지급하는 경우보다 서비스 이용자가 요금을 직접 지불하는 경우 보수 미지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종사자들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실제로 일감을 거부하는 일이 잦으면 배차에서 제외하는 등 불이익을 준다고 응답했다.

플랫폼에서 기술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단이 있다고 여긴 플랫폼 종사자들은 전체의 53.2%, 이 중 대리운전 기사는 90.8%, 퀵서비스 기사는 80.0%가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일감 거부에 대해서는 50.7%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답했는데, 대리운전 기사(88.0%), 플랫폼 택배(79.7%), 퀵서비스(72.0%), 음식배달(70.8%) 등의 비중이 높았다.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배송캠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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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플랫폼종사자, 공정위가 보호해야

공정위는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특고지침)'을 통해 사업자 성격을 띤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다. 다만 현행 특고지침은 플랫폼 종사자 중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에만 적용될 뿐, 플랫폼의 성장으로 새로 탄생하는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

이 연구위원은 “특고에 해당할 수 있는 직군은 배달과 관련한 종사자 뿐이고, 플랫폼 종사자 대부분은 일반 사업자로 분류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종사자의 관계를 사업자간 계약 관계로 보거나, 플랫폼 사업자가 종사자에게 하도급을 맡긴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특고지침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이라고 하더라도 약관규제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분쟁 조정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플랫폼 종사자의 지위가 열악한 만큼 수수료 문제나 보수 미지급, 무상 추가노동 등 불공정 거래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는 ‘약관’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해가 발생한다면 약관규제법에 따른 분쟁조정 절차를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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