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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도, 스티븐 로치도 "곧 붕괴"… ‘달러패권’ 정말 끝나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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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도, 스티븐 로치도 "곧 붕괴"… ‘달러패권’ 정말 끝나가나

입력
2020.10.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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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캘리포니아주 비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연구소 국제회의에서 연설 중인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캘리포니아주 비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연구소 국제회의에서 연설 중인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최대의 적은 미국 자신이다. 달러의 건강이 걱정이다. (정부가) 적자 상태로 빚을 지고 돈을 인쇄하며 버티는 것이 오래 지속될 순 없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를 운영하는 전설적인 투자자 레이 달리오가 지난 7월 “달러 패권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덧붙인 설명이다. 달리오는 현재까지도 언론 인터뷰에서 수시로 달러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다. 심지어 미국이 중국과 ‘자본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달러의 신뢰도가 급감해 가치가 그야말로 폭락할 수 있다며, 미국 채권과 달러보다는 금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있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지만, 대규모 부양책과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돈 풀기로 충격을 상대적으로 완화했다.

하지만 달리오에게는 이것이 곧 도래할 더 큰 충격을 유예하는 것일 뿐이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빚이 생기고 너무 많은 빚이 유동화하고 있다”며 “막대한 부채를 쌓게 되면 해외에서 더 이상 미국의 채권을 사지 않을 것이고, 달러화의 구매력도 현재처럼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심받는 달러 가치, 왜


2020년 달러화 지수(Dollar Index) 추이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 평균을 지수화 한 것, 1973년 3월 달러 가치를 100으로 간주
자료=대륙간거래소(ICE)

최근 달리오 외에도 적지 않은 투자자와 전문가는 코로나19로 인한 막대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풀어 놓은 화폐와 대규모 재정적자가 결국 달러의 위상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국제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은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약달러를 추구하고 실질금리를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트린 상황”이라며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지난 6월 “달러 가치가 수년간 주요 통화 대비 35% 이상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고, 최근에는 ‘달러 붕괴’ 시점을 2021년으로 잡았다. 벤저민 코언 캘리포니아대 교수도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달러는 안전자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달러의 신뢰도는 이미 하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달러 패권이 강화되면서 모든 경제 여건이 미국 경제에 휘둘리게 되는 상황에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현재 모든 국제 거래가 사실상 달러를 기준으로 이뤄지면서 달러 강세일 때 교역이 위축되고 신흥국 경제활동에 부담을 초래한다.

미국 정부가 금융 패권을 이용해 각종 제재조치를 가하는 것도 유럽 등 여타 국가의 인내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미 제재에 수년간 시달린 러시아나 향후 더 큰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는 중국은 교역 결제의 ‘탈달러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는 총재에서 사임하기 전인 지난해 8월 “달러가 아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새로운 디지털 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러 힘 빠져도 현실적 대안 없어"


전세계의 공식 지급준비 외환보유액 비중2019년 말 기준, 단위: %
자료=국제통화기금(IMF)

하지만 달러 가치가 아무리 하락한다고 한들 당장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직도 달러는 세계 각국의 외환 지급준비금의 60%를 상회하고 있으며 국제 지급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9%에 이른다. 또 전 세계 부채의 약 40%는 달러 표시 자산이다.

코언 교수는 경제학자 로널드 매키넌의 저서 ‘사랑받지 못하는 달러본위제(Unloved Dollar Standard)’를 인용해, 달러가 미움을 받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국제 통용 통화로서의 지배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화는 지역 내 불균형으로 인해 유럽의 통합이 지지부진하면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엔은 일본 경제의 낮은 성장성 때문에 힘이 없다. 중국이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위안화가 현재 국제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가 채 안 된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너도나도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면서 금융시장이 급격히 출렁인 것이 여전한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견해도 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최근 연준이 달러 통화스와프를 확충하고, 미 국채를 담보로 한 대출 프로그램도 설치하면서 오히려 달러가 적극 해외로 퍼져나가는 점을 들어 “‘국제 통화’로서 달러의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위상도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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