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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같이 써주면 3억? 은행들은 왜 ‘지하철 역명’을 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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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같이 써주면 3억? 은행들은 왜 ‘지하철 역명’을 노릴까

입력
2020.10.02 12:00
수정
2020.10.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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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호선 을지로입구역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2호선 을지로입구역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번 역은 종각, SC제일은행역입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종각역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어봤을 방송이다. SC제일은행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어도 종각역 인근에 SC제일은행 본사가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셈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처럼 ‘365일 움직이는 광고판’인 지하철 역명을 차지하기 위한 은행들의 물밑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SC제일은행은 서울교통공사와 맺은 ‘종각역 역명 유상병기 사용’ 계약을 연장했다. 앞서 SC제일은행은 2017년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역명 병기 입찰에 뛰어들었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는데, 이 계약을 3년 더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은 2023년 7월까지 안내표지와 차량 안내 방송 등에 모두 ‘종각(SC제일은행)’을 사용하게 된다.

KB금융그룹 역시 지난 7월 서울시메트로 9호선과 ‘샛강역 역명 유상병기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샛강역은 ‘샛강(KB금융타운)’역으로 바뀐 상태다. 샛강역 주변에 KB금융 본점을 비롯해 KB생명보험, KB증권 등 계열사가 몰려있는 만큼 브랜드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책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9호선 '국회의사당'역 역시 지난달부터 ‘KDB산업은행’이란 이름이 추가됐다.

역명 유상병기는 지하철 역 인근 기관이나 단체에서 돈을 받고 역명을 함께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을지로입구역(IBK기업은행) 서대문역(강북삼성병원역)처럼 본 역명 옆에 괄호로 표기되는 이름을 말한다.

지하철 운영기관의 수익 창출을 통한 경영 개선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인지도가 높고 △승객의 이용 편의에 기여하고 △대상역에서 500m 이내 위치한 기관 또는 지명이라는 비교적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다, 3년 기준 계약금이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을 넘을만큼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감에도 은행들은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은 역명 마케팅의 격전지다. 3년 전에는 이 역의 역명 병기를 두고 국내 주요 은행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2016년 3억8,100만원의 계약금을 주고 3년간 을지로입구역 이름 뒤에 ‘IBK기업은행’을 넣는 계약을 따냈다. 지난해 3년간 연장 계약도 맺었다. 그러나 2017년 하나은행이 기업은행보다 을지로입구에서 더 가까운 곳에 본점 신사옥을 완공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하나은행 측에선 “고객 혼란과 직원 사기를 감안해 달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기업은행은 적법 절차로 따낸 역명 계약이라 이름을 지울 수 없다고 맞서기도 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들의 갈등은 하나은행 신사옥으로 연결되는 을지로입구역 1,2번 출구 안내 기둥에 표시돼 있던 ‘IBK기업은행역’이라는 별칭을 양측이 합의해 삭제함에 따라 일단락 됐다.

은행들이 말하는 지하철역 광고 효과는 크다. 지난해 종각역에서 승하차한 사람은 3,145만명에 이른다. 을지로입구역 일일 승하차 인원은 10만명에 달한다. 하차를 위해 지하철 방송에 귀를 기울일 경우 은행명이 자연스럽게 각인될 수밖에 없다.

실제 SC제일은행은 종각역에 이름을 병기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올랐다고 보고 있다. 은행 측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SC제일은행의 브랜드 인지도는 최초 계약 시점인 2017년 6월보다 3%포인트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동인구뿐 아니라 해당 역 인근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홍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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