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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의 흔적이 깃든 서점

입력
2020.10.0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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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10.5)


프랑스 파리의 영어책 전문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창업자 겸 제임스 조이스의 역작 '율리시스'의 출판인 실비아 비치. shakespeareandcompany.com

프랑스 파리의 영어책 전문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창업자 겸 제임스 조이스의 역작 '율리시스'의 출판인 실비아 비치. shakespeareandcompany.com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이선 호크와 줄리 델피가 속편 '비포 선셋'에서 해후하는 곳이, 프랑스 파리 5구의 영어책 전문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Shakespeare & Co.)'다. 언론인 장 다니엘을 소개하면서 전간기(戰間期) 파리를 사랑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지만,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그 사랑의 불쏘시개 중 하나였다. 헤밍웨이 등 영미권 가난한 작가들이 책을 빌려 읽고, 토론하고, 작업실 삼아 글을 쓴 곳이 그 서점이었다.

프랑스문학을 공부하던 미국 선교사의 딸 실비아 비치(Sylvia Beach, 1887.3.14~ 1962.10.5)가 1910년대 어느 날 파리 6구의 한 작은 서점에서 주인 아드리엔 모니에르(Adrienne Monnier)를 만난다. 레즈비언인 둘은 영ㆍ불문학에 대한 사랑과 함께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되고, 모니에르가 숨진 1955년까지 약 36년간 연인으로 함께 했다.

원래 비치는 미국 뉴욕에 불어책 전문서점을 열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했고, 연인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대신 연 게 1919년 파리 뒤푸이트랑가의 영어책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였다. 서점은 금세 파리 열병으로 대서양과 도버 해협을 건넌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됐고, 비치는 그들의 친구가 됐다.

제임스 조이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비치ㆍ모니에르 커플은 외설 시비로 문예지 연재조차 중단됐던 조이스의 역작 '율리시스'의 출간을 위해 직접 출판사를 차렸고, 헤밍웨이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밀수 형태로 조이스의 책을 미국에 전했다.

2차대전 중 강제 폐업된 서점을 1951년 한 미국 출판업자가 사들여 지금 위치에 '르 미스트랄'이란 상호로 재개장했고, 비치가 숨진 1964년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전자책과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한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일부러 찾아와 옛사랑의 그림자를 더듬듯 서가를 배회하고, 기어코 한 권을 골라 행복한 표정으로 서점 스탬프를 찍곤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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