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뷰]
"군 비판 당연...감수해야"
지난 1999년 서해상에서 발생한 '연평해전'을 직접 지휘했던 예비역 지휘관의 눈에 이번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김대중 정부에서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지낸 김진호(79) 예비역 육군 대장은 28일 북의 피격으로 우리 국민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비판은 당연하다"고 운을 뗐다. 북한 해역에 우리 국민이 표류할 동안 북한군이 구조할 것으로 여긴 군 당국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데 대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취지다. 그는 "실종자 구조를 위한 대북 협조 요청도 이뤄지지 않은 점은 너무나 아쉽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녹록치 않은 서해에서의 작전 환경에 대한 고려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대북 정보 자산을 통해 상황을 분석했다고는 하지만, 북한 해역에서 군사작전에 나서야 할 정도의 시급한 정도인지에 대한 정보 분석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김 전 의장 분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에 대한 정부와 여권의 태도를 향해서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응당 이뤄져야 할 사과를 마치 "김정은이 시혜를 베푼 것 처럼 여기고 있다"는 취지다. 김 전 의장은 1999년 6월 15일 발발한 서해 '연평해전'을 합참의장으로서 지휘하며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정부와 군 대응 등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 군이 북측 해역의 실종자 소재를 파악하고도 5시간 이상 방치했다는 여론 비판이 거세다.
"군으로선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 결과론적으로 북한 군 총격에 우리 국민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특히 북측에 구조 요청 조차 하지 못한 점은 정말 아쉽다. 우리 군은 아마도 북한이 실종자를 구조할 것으로 생각했던 듯 하다. 전사(戰史)를 통틀어 무장도 하지 않은 민간인 표류자를 군인이 사살하는 경우는 드물다. 북한이 상식 밖 행동을 했고, 결과적으로 군 당국에 대한 비판도 불가피하다. 단, 서해상 작전 환경의 현실도 고려해줘야 한다."
-서해상에서 군 작전환경이 구체적으로 어떤가.
"합참이 대북 자산으로 시시각각 정보를 수집했겠지만, 100% 맞는 것은 아니다. 설사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직접 군사 행동에 나설지는 또 다른 문제다. 남측 해역이라면 당연히 북한 세력을 향해 경고와 경고사격 등의 가이드라인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북방한계선(NLL) 이북에서 발생했다. 군사 작전을 펴기엔 정보 측면에서도 작전 환경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 군이 북한을 향한 보복 공격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종자가 북한군에 피살됐다는 점도 (사건 발생) 당시에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첩보를 모아 만든 정보였다. 보복 대응을 고려할만큼 앞뒤 상황이 명확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보복 공격에 나섰을 경우, 이에 대한 북측의 대응과 이어지는 우리군의 추가 대응 등으로 자칫 '전투가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도 군으로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 전통문을 보냈다.
"군사적 사안과 관련한 북한 최고 지도자 사과가 처음은 아니다. 푸에블로호 납치사건(1968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197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1996년) 때도 사과했다. 중요한 것은 당시 남측은 북측의 이같은 잘못을 추궁했다는 점이다. 반면 최근 일부 인사들이 김정은이 무슨 시혜라도 베푼 것 처럼 여기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북한의 행동을 합리화시켜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북한이 27일 "영해 침범을 중단하라"면서 NLL 문제를 제기했다. 무슨 의도로 보이나.
"자신들의 잘못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NLL은 북한도 사실상 인정하고 있는 해상경계선이다. 그런데 새삼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서해가 분쟁수역임을 다시 강조해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