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직 대통령 비자금 추적은 정치관여"
'권양숙ㆍ박원순 미행 지시' 불법 사찰은 무죄
이명박 정부 시절 전직 대통령들 뒷조사에 대북공작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종명(63ㆍ구속기소) 국정원 전 3차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창형)는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차장의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이 전 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이른바 ‘데이비슨 사업’과 ‘연어 사업’에 국정원 예산을 쓴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검찰 수사 결과,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데이비슨 사업에는 약 4억9,000만원이, ‘노 전 대통령의 비리를 잘 아는 측근을 해외에서 데려오겠다’며 진행한 연어 사업에는 8만5,000달러(약 1억원)의 나랏돈이 각각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ㆍ공개하는 행위는 국정원이 엄격히 금지하는 정치관여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 내부 감사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점을 이용해 국가수호라는 본래의 사명에서 벗어나 정권 수호를 위해 일련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에 앞서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도 같은 사건과 관련, 올해 1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에 대해선 이날 이 전 차장과 김 전 국장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두 사람은 권 여사의 중국 방문, 박 전 시장의 일본 방문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미행ㆍ감시를 하도록 지시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아 왔다.
재판부는 “이 전 차장이 실행행위를 분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에 대해선 “특수공작 해외 파견 조치만으로 직원들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이 전 차장에겐 배우 문성근씨의 사찰을 지시한 혐의, 김 전 국장에겐 국회의원 보좌관의 PC를 해킹해 자료를 분석ㆍ보고하게 한 혐의도 각각 적용됐으나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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