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개 도축장서 전기도살로 불법 개 도축 현장 확인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도축업자 고발
춘천시 "지도 점검하겠지만 격리나 폐쇄조치는 무리"
21일 오전 4시 강원 춘천 동내면 학곡리 개 도축장. 한 도축업자가 목줄에 묶인 황구를 데려온다. 죽음을 예감한 듯 개는 안으로 들어오기를 버텨보지만 도축업자는 이미 숨이 끊어진 두 마리 옆에 황구를 세운다. 도축업자가 황구의 어깨 등 이곳 저곳에 전기 쇠꼬챙이를 몇 번 갖다 대자 황구는 힘 없이 쓰러진다. 고통스러운 듯 들썩이던 다리는 이내 움직임이 사라진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촬영한 영상 속 내용이다. 동물자유연대는 불법 개 도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 주 동안 잠복을 이어가다 이날 불법 개 도축 현장을 포착하고 개 도축업자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강원 춘천경찰서에 고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2015년 피고발인이 염소 도축장 허가를 받았지만 개 등 허가 받지 않은 동물의 불법 도살을 자행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보호법상 누구든지 동물을 대상으로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는데도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전기 쇠꼬챙이를 이용해 살아있는 개를 도살하는 행위로 동물이 심한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위법 판단했지만 개 전기도살 여전
해당 개 도축업자는 개들이 보는 앞에서 전기 쇠꼬챙이로 기절만 시켰을뿐 죽인 것은 아니라며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전기를 이용해 기절시킨 것 행위 자체가 다른 개들에게 학대 행위라는 게 동물단체의 주장이다.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하는 방혈 작업 또한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방혈 작업은 완전히 기절한 상태에서 경정맥을 절단해 체외로 혈액이 빠져 나오게 해 폐사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다. 앞서 개를 전기로 기절시키고 토치로 그을려 죽음에 이르게 한 사례들은 이미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는 결론이 난 바 있다.
대법원은 4월 전기 쇠꼬챙이 등을 사용해 개를 전기에 감전시켜 도축하는 행위는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의 '잔인한 방법'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동물단체들은 전기로 개가 감전되면 기절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동물 학대 행위라고 주장해왔는데 이러한 주장이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진 것이다.
서미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도축업자는 수년 동안 전기 쇠꼬챙이를 이용해 동일한 방법으로 개를 도살해왔다"며 "춘천시는 남은 개들을 격리시키고 불법 도축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도축장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춘천시는 동물보호법 위반사항에 대해 고발조치하고 앞으로 불법 도축이 이뤄지지 않도록 지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격리 조치와 도축업장 폐쇄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해당 도축장에서 앞으로도 불법 전기도살 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시로 단속할 예정"이라며 "다만 남은 개들의 격리 조치나 도축장 운영 중단 등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남은 개들 격리조치하고 불법도축 멈춰야"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도축업장에 남아 있는 개들 역시 불법 도축될 가능성이 높고, 남아 있는 개들이 다른 개들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감안하면 학대를 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격리 조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대법원에서 전기도살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결론이 났음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법 도축이 자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지방자치단체도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 불법 개 도축장이 문을 닫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국내 대부분의 개 도축장에서 현실적으로 개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전기 도살로 개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전기를 이용한 개 도축은 대부분 동물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이어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학대한 소유자로부터 다른 동물을 격리시키거나 기르는 것을 막지 못한다"며 "도축업자가 남아 있는 동물들에 대해서도 불법 도축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격리 조치를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또 "피해 아동 또는 가정 구성원도 격리시킬 수 있는 아동복지법 처럼 동물보호법도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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