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혁 장관, 서해어업관리단 현장 점검
"수사 가이드라인인가... 방문 자체 부적절"
28일 오후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어업지도선 복무실태와 근무환경 점검을 위해 전남 목포 서해어업관리단을 찾았다. 부하 직원 A씨가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지 8일 만이다. 그러나 사전 고지된 방문 목적과 달리,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현장 주변을 둘러보면서 ‘CCTV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사건임을 강조하는 등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로 오해 받을 수 있는 행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문 장관의 근무환경 점검은 이날 낮 12시 20분쯤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서 이뤄졌다. 사고 선박인 ‘무궁화10호’ 대신 같은 구조의 동일 선종인 ‘무궁화29호’에서 진행됐다. 두 선 박은 옆으로 나란히 정박, 29호 선상에서 10호의 갑판 등 주요 ‘사고 현장’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 장관은 무궁화10호 선장과 29호 선장의 안내로 북측에 피격 사망한 A(47)씨의 당직 당일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지도선 선미와 후미에 위치한 폐쇄회로(CC)TV 카메라와 모니터를 확인했다. 두 선장은 문 장관에게 A씨가 사라진 곳이 ‘CCTV 사각지대' 란 표현을 여러 차례 써가면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CCTV가 제대로 작동을 했더라도, ‘실족’인지 ‘뛰어내린 것’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해수부가 이번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란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들의 이상한 점검은 갑판으로 이동한 뒤에도 계속됐다. A씨의 슬리퍼가 발견된 것과 같은 곳이다. 문 장관이 옆에 정박한 무궁화10호 사고 현장으로 시선을 돌리자, 무궁화 10호 선장은 "로프(계류선) 안에 A씨의 슬리퍼가 있었다"고 설명했고, 특히 문 장관은 “이 자리에서도 (탑재된)고속정이 (가리고)있어서 카메라 사각지대(이겠네)"라고 언급했다. 옆에 있던 두 선장은 문 장관의 이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호응했다.
이날 장관의 일정을 지켜본 현지에선 “선장도, 장관도 모두 CCTV 카메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 운운하면서 카메라가 있어도 찍히지 않는 위치에서 A씨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밖에 안 된다”며 “이는 사고 발생 경위를 수사중인 당국에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 장관의 이날 목포 방문은 ‘지도선 근무환경 점검’ 계획이 알려졌을 때부터 논란이 됐다. 수사가 진행중인 현장을 수사를 받고 있는 관할 장관이 나서 사고 선박 방문을 추진했다. 이에 해경은 “수사가 끝나지 않는 상황이라 현장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며 장관의 방문을 만류했다. 사고 선박 대신 같은 종류의 다른 선박에 문 장관이 오른 이유다.
지도선 내부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장관이 수사가 진행중인 사고 선박 방문을 추진한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날 현장 점검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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