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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불법 승계' 공소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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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불법 승계' 공소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영향 미칠까

입력
2020.10.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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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적극적 뇌물ㆍ부정한 청탁, 양형 반영돼야"
"양형은 재판부 재량 영역... 가능성 낮아" 관측도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8개월 가까이 중단됐던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이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낸 재판부 기피 신청이 최종 기각되면서, 그동안 멈춰 섰던 재판에 다시 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이 부회장 사건 재판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한동안 ‘올스톱’ 상태에 놓인 건 지난 2월부터다. 당시 박영수 특검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여부를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는 등 집행유예를 선고할 마음을 먹고 편향적으로 재판을 하고 있다”면서 재판부 기피 신청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처럼 특검이 재판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치열하게 양형을 다투게 된 건,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의 핵심 쟁점이 바로 양형이기 때문이다. 삼성 측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넨 지원금 16억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34억원)를 대법원이 모두 뇌물로 인정함에 따라, 이 부회장의 총 뇌물공여액수는 86억원으로 늘어났다. 해당 자금의 출처가 회삿돈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횡령액도 마찬가지로 86억원으로 정해졌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 따라서 항소심(원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또 다시 실형을 선고받을 공산이 크다. 집행유예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일 때에만 가능한 탓이다. 이 부회장으로선 실형과 집행유예의 기로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런데 파기환송심이 중단된 사이, 이 부회장에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지난달 1일 검찰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계열사들을 불법 합병했다”면서 그를 또다시 재판에 넘긴 것이다. 검찰의 기소는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과 관련, 박근혜 정부의 도움을 바라고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특검 주장을 뒷받침해 준 셈이다. ‘국정농단 뇌물’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에, 특히 양형 판단에 영향을 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는 얘기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 불법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 불법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특검 “적극적 뇌물, 양형 가중요소로 입증돼”

때문에 특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불법승계 사건 기소가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판부 기피신청 기각 결정이 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17일, 해당 사건을 맡았던 대법원 재판부에 불법승계 사건 공소장을 제출한 것도 그런 이유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추가적인 사실관계들이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의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다.

특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독대할 당시, 그룹 승계는 종결되지 않은 현안이었고,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며 검찰 수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극적 증여’와 ‘청탁의 내용이 부정하거나 불법한 업무집행과 관련된 경우’는 뇌물 범죄 양형기준상 가중요소에 해당하는데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에 매몰돼 있다는 점을 호소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박영수 특검이 2017년 8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영수 특검이 2017년 8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형은 재판부 영역… "불법승계 증거 안 받는다" 밝히기도

그러나 이 같은 특검 주장이 파기환송심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양형은 철저히 재판부 재량에 속하는 영역인 탓이다.

실제로 양형과 관련, 특검과 법원의 입장은 계속 엇갈려 왔다. 특검은 승계작업을 내세우며 죄질을 부각했던 반면, 재판부는 재범 방지에 초점을 맞춰 왔다. 적정 형량을 두고 특검과 피고인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재판부는 “향후 정치권력자의 뇌물 요구를 거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변을 제출하라”는 숙제를 내기도 했다. 그리고 삼성은 ‘준법감시위 설치’라는 대답을 내놨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올해 1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나, 증거인멸 등 다른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힌 점도 특검에겐 불리한 정상이다. 모두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된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당시 “파기환송 취지에 따르면,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개별 현안의 대가 관계는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이는 승계작업과 뇌물 사이의 대가성을 입증하지 않아도 이미 유죄가 확정된 사안이니 더 볼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법원은 “영재센터 지원금의 대가(승계작업)가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이 직무상 영향력을 행사해 이 부회장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도록 했다면 뇌물공여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승계작업에 관한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상 더 따져볼 필요가 없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양형 요소로도 보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로선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이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의 최종 양형 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점친 것이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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