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코로나 감염 유행이 류마티스 질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입력
2020.10.03 06:00
0 0

일반인에 비해 중증 세균 감염위험 1.5~4배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은하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은하 교수

전 세계가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면역계통 약을 복용하는 류마티스 환자들에게는 그 불안감이 더욱 크게 다가올 텐데요. 일전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로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콰인과 클로로콰인을 언급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항말라리아제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전신홍반루프스 환자들이 많이 복용하는 면역 조절제로, 실제로는 코로나 치료에 있어 그 효과가 분명치 않은 단계입니다.

그리고 류마티스 질환자들은 면역저하 효과가 있는 항류마티스 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코로나 감염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감염과 중증 증상 발현의 결정 인자

코로나19는 호흡기로 침입하는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무증상에서부터 급성호흡기 부전 또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인한 사망에 이르기까지 그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코로나는 숙주(인간)의 면역력이 낮을수록 감염 위험이 상승하고, 동반 질환이 있을수록 그 위험을 높여 치명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치명적인 증상인 호흡부전 및 장기부전과 같은 증상들은 바이러스 자체가 직접 장기를 침범해 일으키기 보다는 숙주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체내에서 제거하기 위해 일으키는 염증 반응의 부산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토카인은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들로서 면역 세포들을 활성화시켜 감염 부위로 이동시키는데 필수적입니다. 다만 과다한 사이토카인 방출은 과도한 염증반응을 유발해 바이러스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보다는 인체 세포까지 손상시키기 때문에 해당 장기의 손상이 크면 장기부전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반응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하며, 때로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면역의 수위를 조절하는 약들을 복용하는 류마티스 질환자들은 감염 위험과 감염의 치명도에 그만큼 더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들은 환자의 면역상태, 사용하는 약물의 기전과 항염증반응의 정도, 기저질환 등 매우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원적이지 않고 복합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류마티스 질환에서 코로나 감염위험과 치명도

일반적으로 감염병은 숙주의 면역이 저하돼 있는 경우에 그 위험이 증가합니다. 예를 들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중증 세균에 감염될 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1.5배에서 4배까지 높습니다. 따라서 류마티스 질환 치료제로 면역저하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오히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을 수 있고, 실제 감염되었을 때 일반인보다 병의 경과가 위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류마티스 환자들이 사용하는 면역억제제는 대개 항염증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염 시 염증에 의한 증상 발현을 완화시켜 치명적인 장기부전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도 합니다. 반대로 바이러스 제거를 방해해 유병기간을 길게 함으로써 결국 장기부전으로 진행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항류마티스 제제가 코로나 발병 및 예후에 미치는 영향은 환자 개개인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강력한 면역 저하 효과를 보이는 스테로이드 및 생물학적 제제는 면역 반응이 매우 격렬해 면역 염증 반응 자체로 질환이 악화하는 경우에 구제 요법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지 않는 일반인이 병의 경과 중에 염증이 심하면 사용 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이미 장시간 면역억제 효과가 있는 항류마티스 제제를 사용해 왔던 환자들은 처음 증상은 미약하게 나타나지만 바이러스 제거에 실패해 결국에는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는 예로부터 탁월한 항염작용으로 인해 류마티스 질환자에게 널리 사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용량과 복용 기간에 비례해 면역 억제를 비롯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자는 감염위험이 매우 높아지고 코로나 감염 역시 동일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람들은 앞서 기술한 대로 이미 면역력이 많이 저하돼 있어 염증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감염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 제거가 잘 되지 않아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물학적 제제와 마찬가지로 염증이 매우 심한 일반 환자에게 구제요법으로 사용할 시에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비생물학적 항류마티스 제제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 제제를 제외한 전통적인 항류마티스 제제 복용자의 감염 위험도는 일반인구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 고용량 항류마티스 제제 또는 복합요법을 받는 환자는 면역 억제 작용으로 인해 코로나 감염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고위험군은 스테로이드 제제 복용자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제거가 잘 되지 않아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표적 치료제(생물학적 제제 및 JAK 억제제)

표적 치료제 중에서 생물학적 제제는 주로 앞서 언급한 사이토카인을 직접적으로 중화시키거나 특정 면역 세포를 사멸시켜 염증을 누르는 약제입니다. 염증이 심한 일반 환자에게 있어 일부 생물학적 제제들이 구제요법으로 사용 시 효과가 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JAK 억제제 중 하나인 올루미언트는 'JAK'라 불리는 면역 세포 활성 경로를 차단하는 약제로,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투하는 것을 억제할 뿐 아니라 사이토카인 분비를 억제하므로 역시 구제요법으로 도움이 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 보다는 더 광범위한 면역 억제를 일으키고 바이러스 면역에 필수적인 무기인 제1형 인터페론 경로를 차단시키기 때문에 바이러스 제거에는 더 불리 할 수 있어, 코로나 감염에 대한 치료효과를 일률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류마티스 질환자들을 위한 코로나19 건강지침

코로나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이 이루어지므로 올바른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손 위생 및 기침예절 준수 등 기본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미 항류마티스 약물을 사용하고 있는 환자라면, 개개인의 나이와 기저질환, 환경적 요인, 류마티스 질환의 상태, 약제의 종류 등에 따라 약을 감량하거나 끊을지, 유지할지, 또는 다른 약제로 대체할지 등이 결정되므로 약물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조절하지 말고 반드시 담당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합니다.

이범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