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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대신 선물, 부활한 손편지... 코로나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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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대신 선물, 부활한 손편지... 코로나가 바꾼 추석 풍경

입력
2020.09.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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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선물세트를 고속버스 배송으로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을 앞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선물세트를 고속버스 배송으로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혼자 고향을 지키고 계실 형님의 빈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싶어 평소보다 좀 더 선물에 신경을 썼습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손재혁(56)씨는 최근 고향인 경남 하동군에 사는 형에게 “고향에 내려가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말을 전했다. 이번 추석은 손씨와 가족ㆍ친척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지난해 가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맞는 첫 추석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차례를 처음 모시는 추석인 만큼, 가족 모두가 고향 큰형 집에 모이기로 철썩같이 약속을 해 둔 터였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동생과 가족들을 걱정한 큰형이 먼저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손씨와 가족들의 고향 방문은 무산됐다. 손씨는 “동생들과 함께 차례를 지내지 못하는 형님의 마음은 오죽하시겠냐”고 안타까워했다. 손씨는 고향 방문 대신 큰형에게 고가의 녹용 제품을 마련해 보냈다.

언택트가 대세 된 추석 풍속도

매년 수천만명이 움직였던 '민족 대이동' 기간인 추석. 그러나 이번 만큼은 코로나19 여파로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가족 친지가 모두 모여 떠들썩했던 추석의 풍속도도 비대면(언택트) 위주로 바뀌고 있다. 직접 고향을 찾아가지 못하는 미안함을 선물로 대체하거나, 모처럼 손편지를 써서 친지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식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 중인 올해 추석 선물은 △고가의 △건강 관련 △비대면 선물이 대세가 됐다. 한 온라인몰 직원은 “추석 선물 사전 예약시즌인 8, 9월 이뤄진 ‘모바일 선물하기’ 주문량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에서 사는 박근준(31)씨 역시 “차례도 지내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과일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아, 편하실 때 구매하시라고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드렸는데 부모님이 상당히 만족스러워하셨다”고 말했다.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 때문에 예전보다 값비싼 선물을 보내는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10만원 이상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33.9% 늘었다. 특히 20만원 이상 세트 매출 신장률은 41.9%에 달했다. SSG닷컴에서 8월 13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판매된 20만원대 이상 선물세트의 주문 수량도 예년보다 194% 급증했다.

고가의 건강 관련 선물 급증

코로나19로 커진 건강 염려 때문에 위생ㆍ건강식품이 선물의 주류로 자리잡은 것도 특징이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황선희(38)씨는 “나이드신 분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한 만큼 면역력 증진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 부모님께 각종 비타민을 추석 선물로 보냈다”고 답했다. 손세정제 선물 세트가 처음으로 명절 선물 인기 품목 10위 안에 포함된 것도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일상에 자리잡았다는 증거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빛나(28)씨가 코로나 추석특별 방역 기간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동참해 고향집 방문 대신 부모님께 보낸 손편지. 이빛나씨 제공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빛나(28)씨가 코로나 추석특별 방역 기간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동참해 고향집 방문 대신 부모님께 보낸 손편지. 이빛나씨 제공


코로나는 선물뿐 아니라 추석 인사의 내용과 방식까지 바꿨다. 고향집을 방문해 친인척이 한 데 모여 덕담을 주고받는 방식보다는, 문자ㆍ손편지ㆍ화상채팅 등 비대면 메시지를 통해 명절 안부를 묻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김호진(41)씨는 “초등학교 이후 부모님께 처음으로 손 편지를 작성했다”면서 “오히려 얼굴을 보는 것보다 편지를 보내는 것이 진심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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