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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줄이니 저축은 늘어… “연휴엔 제로 웨이스트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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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줄이니 저축은 늘어… “연휴엔 제로 웨이스트 어떤가요?"

입력
2020.10.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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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 '제로 웨이스트 홈' 운영자 이도연씨가 장바구니, 스테인리스 용기, 면주머니를 이용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장을 본 사진. 이씨 제공

네이버 카페 '제로 웨이스트 홈' 운영자 이도연씨가 장바구니, 스테인리스 용기, 면주머니를 이용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장을 본 사진. 이씨 제공


“생명을 키우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여야 한다는 모순을 납득할 수 없었어요. 그 고민이 저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의 삶으로 이끌었어요.”

9,300여명이 가입된 온라인 카페 ‘제로웨이스트 홈’ 운영자 이도연(41)씨가 '쓰레기 없는 삶’을 꿈꾸게 된 계기는 육아였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만, 육아를 하는 이씨 입장에선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무수한 플라스틱이 필요하다’는 말이 더 현실에 가까웠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데 환경에 좋지 않은 일회용 기저귀, 각종 플라스틱 용품들을 사용해야 한다는 죄책감이 너무 컸다” 면서 “사람과 자연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삶을 고민하다 제로 웨이스트에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로 웨이스트란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쓰레기 배출량을 '0'에 가깝게 줄이자는 운동이다.

2년 만에 회원 수 만명이 모여든 ‘제로 웨이스트 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지만, 실상 '제로'로 향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2년 전 제로 웨이스트계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원제 Zero Waste Home)'를 읽었지만, 책에 나온 비법을 한국 상황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씨는 “친환경 운동이 일찍부터 발달한 외국에선 일회용품을 대체할 각종 재료들을 구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당시 포털사이트에 ‘제로 웨이스트’를 검색하면 검색창이 세 페이지를 못 넘길 정도로, 한국에는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삶의 방식이기도 했다.

제로 웨이스트라는 고된 길을 걷기 위해선 동료가 필요한 법. 이씨는 곧장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고 외국 사이트나 유튜브에서 한국 실정에 맞는 소재들을 찾은 다음, 이를 번역해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늘의 실천’ '장바구니 공개’ 등 별도 게시판을 만들어 회원들 간의 쓰레기 줄이기 요령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 끝에 카페 개설 2년 만에 1만명에 육박하는 '동지'들을 모을 수 있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첫 정기모임에는 3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 강의를 듣고, 8시간 동안이나 열띤 토론을 벌였다”며 “혼자 할 수 없는 일도 다같이 하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페 '제로 웨이스트 홈' 운영자 이도연(두번째 줄 왼쪽 두 번째)씨와 회원들이 지난 5월 3일 ubc울산방송 친환경 방송 프로그램 '지구수다'의 프로젝트 제로웨이스트샵 '착해가지구'를 방문했다. 이씨 제공

네이버 카페 '제로 웨이스트 홈' 운영자 이도연(두번째 줄 왼쪽 두 번째)씨와 회원들이 지난 5월 3일 ubc울산방송 친환경 방송 프로그램 '지구수다'의 프로젝트 제로웨이스트샵 '착해가지구'를 방문했다. 이씨 제공


쓰레기는 줄이고, 저축량은 늘리고

제로 웨이스트에 입문하기 위해선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수도승 같은 삶을 살아야만 할까? 이씨는 “처음부터 모든 걸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만 받고 포기하게 된다”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생활에 밀접한 ‘제로 웨이스트 실천 체크리스트’로 6개 분야 26가지 리스트를 작성했다.

먼저 외출시 텀블러를 챙기고, 다회용 빨대를 사용하는 데서 시작한다. 장을 볼 땐 장바구니를 항상 챙기고, 플라스틱이 아닌 스테인리스나 유리제품을 선택한다. 화장실에선 플라스틱 칫솔 대신 나무 칫솔을 사용하며, 손세정제 대신 고체 비누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 쓰레기를 줄이는 것 외에 다른 장점도 있단다. 이씨는 “소비 욕구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에 지갑이 두둑해 지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회원분들도 대부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 이후에 저축량이 늘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쇼핑몰에서 파는 칫솔이나 고체 비누 등 용품들이 플라스틱 제품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전반적인 소비행태가 단순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대나무 칫솔, 고체 비누, 천연 수세미 등 제로 웨이스트 상품들은 온라인ㆍ오프라인 등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대나무 칫솔, 고체 비누, 천연 수세미 등 제로 웨이스트 상품들은 온라인ㆍ오프라인 등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ㆍ명절 쓰레기, 제로 웨이스트로 극복하기

방역 때문에 일회용품을 피할 수 없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제로 웨이스트의 달인인 이씨에게도 커다란 도전이었다. 매일 써야 하는 일회용 마스크, 배달음식에 딸려오는 플라스틱 용기 등 코로나19는 사람뿐 아니라 환경까지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엔 추석 명절까지 겹치면서 제로 웨이스트 실천가들은 이중고를 맞이 하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먼저 “개인이 노력하기 힘든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달음식을 시킬 땐 ‘일회용품 거절하기’ 사항을 꼭 체크하고, 가까운 곳이라면 직접 용기를 들고 방문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주변 확진자 발생 상황을 고려해, 상황에 따라 일회용 KF94 마스크와 다회용 면마스크를 번갈아 착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씨는 “다회용 필터를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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