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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쟁은 끝냈는데 '집안 갈등' 내리누르는 노벨평화상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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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쟁은 끝냈는데 '집안 갈등' 내리누르는 노벨평화상 총리

입력
2020.09.28 13:58
수정
2020.09.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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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반정부 시위로 수백명 사망?
아비 총리 권위주의적 대처 도마에
"1년 만에 재평가되는 수상자 드물어"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가 녹화된 영상을 통해 25일 유엔총회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가 녹화된 영상을 통해 25일 유엔총회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프리카 제2의 인구 대국인 에티오피아의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의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이 1년도 채 못 돼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접국 에리트레아와의 20년 전쟁을 종식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가 골이 깊은 내부 종족 분쟁에 대해서는 권위주의적으로 대처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커지는 모양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27일(현지시간) "2018년 4월 취임 후 경제 발전과 개혁ㆍ개방 드라이브를 걸었던 아비 총리가 종족 갈등으로 인한 유혈 사태로 수백명의 자국민이 희생되면서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최근 에티오피아에서는 지난 6월 말 최대 부족인 오로모족 출신의 유명 가수 하자루 훈데사가 의문의 피살을 당한 데 분노한 시위가 수개월간 이어지면서 시위대는 물론 군경까지 총 200여명이 사망했다. 훈데사의 사망이 대규모 시위로 번진 배경에는 에티오피아의 고질적인 부족 갈등이 있다. 오로모족은 에티오피아에서 정치ㆍ경제적으로 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크다. 훈데사는 인권운동에 앞장선 인물로, 훈데사의 노래는 오로모족의 반정부 시위에서 자주 불렸다. 특히 아비 총리의 정적이자 야권 지도자인 자와르 모하메드가 지난 7월 폭력선동ㆍ테러 등의 혐의로 체포되면서 시민의 분노는 더 커졌다. 에티오피아 월라이타 소도대 로스쿨 강사를 지낸 마리셋 모하메드 함자는 "뚜렷한 혐의가 없는 정치인의 투옥은 '정치범 사면'을 약속한 아비 총리의 포용 정책 의지를 의심케 한다"면서 "최근 1년간 에티오피아는 정치적 불안정과 폭력, 정적에 대한 탄압으로 얼룩져 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에티오피아 법무장관은 훈데사 사망 항의 시위와 관련해 2,000명 이상을 기소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당초 8월로 예정된 전국적 총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연기돼 아비 총리의 재임기간이 연장되자 이에 대한 반발도 큰 상황이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오로모해방전선(OLF)을 상징하는 깃발을 몸에 두른 채 집회를 열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오로모해방전선(OLF)을 상징하는 깃발을 몸에 두른 채 집회를 열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다만 아비 총리는 자신의 개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찰음을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게 총리 지지자들의 항변이다. 실제 아비 총리는 지난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개혁 과제를 추진하면서 우리는 이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지자들은 특히 고급 호텔과 아파트 등 고층 건물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는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폴리티코 유럽판은 "에티오피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남아 있다"며 "수십만명의 실향민이 있고 엄청난 홍수와 메뚜기떼의 습격,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 등으로 경제적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셰틸 트론볼 노르웨이 비외르크네스대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의 족적에 대해 이렇게 일찍 의문이 제기된 적은 없었다"며 "견제와 균형이 깨지고 에티오피아 정부가 권위주의 관행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마이클 볼드마리암 미 보스턴대 교수는 "이전 정권에서 억압됐던 긴장이 폭발하면서 국가 건설과 역사적 도전의 무게가 이제야 드러나게 됐다"며 "아비 총리가 야심찬 개혁 과제를 모두 성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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