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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택할 건 美도 中도 아닌 국익

입력
2020.09.29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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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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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른바 ‘나비효과’ 때문이다.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양국 간 대립이 나비의 날갯짓에 머물지 폭풍을 몰고 올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고 그 자체로 리스크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향을 받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향후 외교, 안보적으로 우리의 선택을 옥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우리에게 양자택일의 어려운 선택일 수 있다. 한국 주류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이자 흐름이다. 미국은 절대 선이고, 중국은 절대 악이라는 프레임도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정글과도 같다. 우리 편이다 아니다로 속단하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벗이 되는 게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이다. ‘국익’에 도움이 되면 적에게도 손을 내밀어 친구로 대할 수도 있고, 오늘의 친구도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 중국과 손을 잡았다. ‘국익’에 기초한 결정이었다. 중국도 미국과 손을 잡고 자본주의 세계로 진입했다. 미국과 중국의 수교는 미국의 자본주의가 중국의 사회주의를 구한 결정이었다. 이 역시 ‘국익’에 기반을 둔 결정이었다. 1992년 중국은 북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수교했다. 개혁ㆍ개방을 통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국의 경험이 필요했다. ‘국익’에 기초해서 한국과 연을 맺었다.

우리의 ‘국익’을 결정하는데 미국과 중국이라는 외생변수가 점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는 대부분 중국에서 과실을 만들어냈다. 대신에 ‘죽고 사는 문제’, 즉 안보는 절대적으로 미국에 의존했다. 미국과 동맹관계이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와 ‘죽고 사는 문제’를 각각 중국과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한국은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왔다. 미국과 중국이 자유주의 경제질서로 연결되어 갈등과 대립보다는 협력과 공존의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 틀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우리에게 ‘중국’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잦아지고 있다. 제21차 세계지식포럼에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중국은 각국에 도전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나아가서 “중국 없이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만큼 국제사회의 규범이 준수되는 틀로 (중국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취임한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심화시켜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 연계하는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국익’을 확보하기 위한 정글의 싸움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가치’를 둘러싼 이념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우리의 중국과 관계 유지는 ‘가치’를 매개로 양국 관계를 상승 발전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 체제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박할 필요는 없다. 심지어 미국과 동맹관계인 일본도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에게는 ‘국익’이라는 하나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국제사회에 절대 선과 절대 악은 없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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