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ㆍ서울대병원 연구팀, 11만2,000여명 음주량 분석
‘하루 한 잔 가벼운 술은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과연 맞을까.
술을 전혀 마시지 않던 사람이 하루 한 잔씩 술을 마셨을 때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등 각종 사망 위험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준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2007~2013년)을 바탕으로 비음주자 11만2,403명을 음주량 변화에 따라 비음주 유지군과 음주군으로 나눠 3년간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10g 이하(한 잔 기준)의 알코올을 섭취한 소량 음주군에서 뇌졸중 발생 위험이 비음주 유지군보다 유의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도 음주군이 비음주 유지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음주군은 관상동맥 질환 등 주요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21% 감소했지만, 이 역시 비교대상으로 삼은 비음주 유지군 내에 ‘건강이 좋지 못해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sick quitter)’이 포함된 데 따른 결과로 추정됐다.
과거 일부 연구를 통해 알코올 30g 정도를 섭취하는 적당량 음주는 ‘좋은’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소판 응집을 줄여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음주가 주는 건강상 이점을 의학적으로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우세해지고 있다.
하루 한 잔 이하의 소량 알코올 섭취도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각종 사망 위험을 낮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입증됨에 따라, 비음주자는 비음주 습관을 유지하는 게 건강에 좋다.
한편 하루 2잔 이상 술을 마시기 시작한 사람은 교통사고 등 외인사로 사망할 위험이 비음주 유지군보다 2.06배(95% 신뢰구간 1.09~3.90)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준영 교수는 “과음이 신체에 주는 해악은 많은 연구와 임상을 통해 밝혀졌지만, 비음주자에게 있어 소량의 음주량 증가와 건강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었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음주자를 대상으로 소량의 알코올 섭취 증가가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발생, 사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저널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