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에도 위법행위 '수두룩'?
시민들 "증거인멸 우려…속히 결과 내야"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본 주민이 실질적으로 보상받는 포항지진피해구제법(이하 포항지진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지진을 촉발한 포항지열발전 수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포항지진특별법을 통해 포항지진 피해에 지원을 하고 수사로 원인 제공자가 확정되면 구상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포항지진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건 지난해 3월 정부조사단이 포항지진 원인으로 포항지열발전 현장을 지목한 데 이어 포항지역 지진관련 시민단체가 고소장을 접수하면서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는 지난해 3월29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상해 혐의로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와 박정훈 포항지열발전 대표,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보다 앞서 3월20일 정부조사연구단은 1년간의 정밀조사 끝에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근처 지열발전 현장 때문에 촉발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포항지열발전 사업은 옛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됐고, 넥스지오는 지열발전 컨소시엄을 주관한 업체, 포항지열발전은 넥스지오의 자회사이다.
범대본은 당시 고소장을 제출하며 "포항지진으로 135명이 부상을 입었고, 흥해읍주민 김모(79)씨는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벽돌에 머리를 다친 뒤 입원 중 숨졌다"며 "피고소인들은 포항시민의 안전을 무시한 채 지진이 일어난 해 8월 물 주입을 실행하다가 결국 포항지진을 발생시킨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범대본은 발전소 입지 선정 당시 활성단층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점, 미소지진 발생 후 관계기관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점 등과 관련해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의혹도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인 지난해 11월5일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김윤희 부장검사)는 5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지층연구센터와 포항지열발전, 넥스지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열발전 연구 컨소시엄에 참여한 정부 연구기관이다.
검찰은 지열발전 사업 기록과 포항지진 전후 관측 및 진동 계측시스템 구축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해 12월 2일에는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 6명이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포항지열발전 사업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포항지진으로 붕괴위험 판정을 받은 흥해읍 대성아파트로 이동해 부서진 건물을 둘러본 뒤 대구지검 포항지청에서 지진피해 주민대표를 만나 피해 실태를 파악했다.
포항시민들은 검찰이 압수수색에 이어 이례적으로 피해 주민까지 만나자 곧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 등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직제개편으로 과학기술범죄수사부가 폐지될 상황에 처하자 수사 차질을 우려했다.
포항지진 범대본은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의 기습 직제 개편은 문재인 정부 1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포항 지진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의심된다"며 "전문수사부서를 폐지하는 것은 전문화되고 있는 범죄와 달리 시대에 역행, 수사 능력의 하향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검찰에 '수사 촉구서'도 제출했다.
더구나 감사원이 올 3월 발표한 '포항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 추진실태'에서 관계기관의 위법 및 부당 행위가 드러나자, 포항시민들 사이 지열발전 현장의 증거인멸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감사원 감사에서 넥스지오가 임차비 96억 원을 부당 집행한 것으로 확인된 지열발전 현장 대형 시추기가 인도네시아 업체에 매각ㆍ철거돼 시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양만재 포항 11ㆍ15지진지열발전공동연구단 부단장은 "얼마 전에는 시료 분석이 진행 중이던 폐수가 현장에서 반출되기도 했다"며 "검찰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증거자료가 다 사라질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포항지열발전 사업과 관련한 수사는 현재 형사12부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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