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데뷔한 캐딜락 ATS는 ‘캐딜락 드라이빙’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
캐딜락 ATS는 판매 실적을 떠나 적극적인 투자와 ‘드라이빙에 대한 의지’를 가득 담고 있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의 가치를 기반으로 ATS-V 및 ATS-V.R 등과 같은 고성능 모델 및 모터스포츠 전용의 레이스카 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19년, 캐딜락은 ATS의 단종을 알리며 ‘새로운 이름’을 품은 스포츠 세단, 캐딜락 CT4를 공개하고 이를 2020년부터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시장에 투입에 나섰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그 동안의 판매 실적을 떠나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왔던 대한민국 시장에도 제법 빠르게 데뷔하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캐딜락 CT4 스포츠 트림을 국내에 선보인 캐딜락 코리아는 그 첫 무대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즉 트랙으로 낙점하며 ‘차량에 대한 자신감’을 어필하고 있다. 과연 트랙 위 캐딜락 CT4 스포츠는 어떤 가치를 전할 수 있을까?
두터운 장벽, 캐딜락 ATS를 넘어야 할 CT4
캐딜락 CT4 스포츠에게 가장 큰 장벽은 BMW 3 시리즈 등과 같은 시장의 경쟁 모델이 아닌, 전작인 ‘캐딜락 ATS’이라 할 수 있다. GM의 최신 포트폴리오의 주요 기반이라 하 수 있는 알파 플랫폼의 시작을 알리고 2.0L 터보 엔진, 그리고 MRC의 적용을 통해 ‘드라마틱한 드라이빙’을 선보였던 바로 그 ATS다.
시장의 흐름이 어느새 크로스오버로 변화되던 시기에 등장했던 당시 배경 상 캐딜락 ATS의 판매 실적은 그리 인상적인 건 아니었지만 그 드라이빙 퍼포먼스는 단연 동급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캐딜락 CT4 스포츠는 자연스럽게 ‘ATS’와의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의 테스트 필드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ATS로 달려본 경험이 있던 만큼 그 때의 기억을 최대한 되살리며 달리게 되었다.
엄격한 테스트 필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캐딜락 CT4 스포츠의 테스트 필드로 낙점된 것은 경기도에 자리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다.
첫 개장 이후 한 동안 2km 남짓한 짧은 길이, 그리고 12개의 코너에 불과한 ‘소형’ 트랙이었지만 리뉴얼을 거친 후에는 일본 스즈카 인터내셔널 서킷과 유사한 ‘입체적 레이아웃’을 가진 중형 테크니컬 서킷으로 재구성된 곳이다.
리뉴얼 이후의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4.4km에 이르는 거리는 물론이고 16개의 코너, 그리고 오르막 구간과 내리막 구간은 물론, 트랙이 교차되는 형태도 갖춰 ‘차량의 완성도’를 확인하기 좋은 무대가 되었다.
참고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붉은색과 흰색을 조합한 일반적인 코너스톤과 다른 ‘푸른색’과 ‘흰색’의 조합을 과시한다.
드라이빙의 기대감을 높이는 ‘첫 느낌’
본격적인 트랙 주행을 앞두고 차량 및 안전 교육을 받고, 헬멧을 쓴 채 캐딜락 CT4 스포츠의 시트에 몸을 맡겼다. 캐딜락 ATS에 비해 더욱 세련되고, 디테일의 매력을 더한 공간, 그리고 명료한 계기판이 등이 단 번에 이목을 끌며 ‘시각적인 만족감’을 한껏 높이는 모습이다.
게다가 시각적인 부분이 아닌, ‘기능과 구성의 만족감’ 역시 인상적이었다. 스티어링 휠의 형태나 크기, 그리고 조절 범위의 만족감도 우수할 뿐 아니라 운전자에게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인 착좌감을 제시하는 스포츠 시트 역시 인상적이다.
덧붙여 이런 와중에도 넉넉한 레그룸 및 적절한 헤드룸을 통해 최적의 ‘드라이빙’ 포지션을 누리게 했다. 특히 ATS가 드라이빙에 집중, 폐쇄적인 느낌이 도드라졌다면 CT4 스포츠는 조금 더 여유롭고 ‘세련미’가 더해진 느낌이었다.
완성도 높은 엔진과 변속기의 존재감
캐딜락 CT4 스포츠의 본격적인 트랙 주행이 시작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바로 낮은 보닛 아래, 최대한 엔진 룸 안쪽으로 밀어 넣은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이다.
ATS에 적용되었던 LTG 2.0L 터보 엔진과는 다른, 최신의 LSY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기존과 같은 직렬 4기통 2.0L의 레이아웃으로 240마력과 35.7kg.m의 토크를 제시한다. 이러한 수치는 사실 270마력의 ATS 대비 분명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엔진을 품은 CT4 스포츠는 같은 트랙 위에서 경험했던 CT5 스포츠 그 이상의 만족감과 가치를 제시한다. 실제 CT4 스포츠는 CT5 스포츠와 같이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직선 구간을 너무나 경쾌하고 민첩하게 달리며 ‘운전자의 만족감’을 끌어냈다.
머리 속에 남아 있는 240마력과 35.7kg.m의 수치는 내심 아쉽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더욱 부드럽고, 민첩하게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짧은 메인 스트레이트와 길게 이어지는 백 스트레이트 그리고 코너 탈출 후의 가속을 실제 구현하고, 또 그 모습을 느끼고 있자면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라는 것에 동의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코너를 빠져 나올 때의 움직임이다. 코너 탈출을 위해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을 때, 그 반응을 경험해보니 어쩌면 단순한 가속 성능은 캐딜락 CT4 스포츠가 여느 경쟁자, 혹은 ATS 등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할 수 있더라도 ‘랩 타임’의 영역에서는 더욱 우위를 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이와 함께 ‘사운드’를 통한 존재감 역시 상당하다. 실제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을 때 은은히, 그리고 제법 볼륨감 있게 전해지는 사운드는 드라이빙의 가치를 한껏 높인다.
매력적인 엔진에 합을 이루는, 캐딜락 CT4 스포츠의 변속기는 8단 자동 변속기로 경쟁 모델들과 비슷한 구성이다. 그 동안 변속기의 셋업에 있어서 안정감을 강조했던 캐딜락은 늘 트랙 위에서 ‘변속기의 반응’ 등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 받았다.
하지만 CT4 스포츠는 달랐다. 실제 ‘퍼포먼스 변속’ 기능이 활성화 된 후에는 따로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되려 주행 페이스 및 랩 타임 등의 기록에서 더욱 우수할 정도로 무척이나 능숙하게, 그리고 민첩하게 반응하며 ‘스포츠 세단’의 가치를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기어 비에 따라 특정 서킷 등에서는 운전자에게 고민의 시간을 줄 수 있겠지만 주행 가치 및 실질적인 퍼포먼스의 구현에 있어 ‘충분히 긍정적인’ 변속기라 평가할 수 있었다. 여기에 패들 시프트는 기존의 ATS와 같은 ‘마그네슘’ 후 도금 방식을 통해 특유의 온도, 그리고 조작감과 조작 시의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테크니컬 서킷을 놀이터로 만드는 존재
테스트 필드로 준비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사실 꽤나 어려운 테크니컬 서킷이다.
작고 큰 코너가 연이어 펼쳐져 있을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높낮이가 달라지는 구간도 상당히 많은 편이며 노폭이 좁은 편이라 슈퍼레이스 등과 같은 모터스포츠 이벤트 중에는 ‘추월’ 포인트 역시 무척 제한된 장소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캐딜락 CT4 스포츠에게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중형의 테크니컬 서킷’이 아닌 너무나 즐거운, 그리고 다루기 좋은 놀이터처럼 느껴졌다. 한계 영역을 오가는 주행 페이스가 아니긴 했지만 ‘이토록 쉽게, 그리고 다루기 좋은 차량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딜락 CT4 스포츠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경쾌히 질주했다.
가장 먼저 돋보이는 부분은 차량의 경쾌한 움직임에 있다.
실제 캐딜락 CT4 스포츠의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보면 ‘차량의 체급’이 더욱 작게 느껴질 정도로 경쾌하고 민첩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무게 중심을 절묘하게 구현할 뿐 아니라 견고한 최신의 알파 플랫폼은 ‘과도한 날카로움’이 아닌 다루기 좋은 가벼움과 정교함을 모든 코너의 ‘진입’에서 과시했다.
의도적으로 오버스티어를 유도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제동 및 적절한 조향을 통해 페이스로 코너 안쪽을 향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더욱 짧고, 더욱 예리하게, 마치 전륜이 코너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면서도 다루기 좋을 정도로만 후륜이 코너 바깥으로 흐르는 독특한 주행 질감이 전해진다.
이러한 움직임은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춰 프론트 미드십 엔진 구성을 바탕으로 절묘한 무게중심을 구현한 차량들의 특권이라 할 수 있으며, 약간의 과장을 더한다면 ‘완전히 드라이빙’을 위해 개발된 미드십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떠올리게 할 정도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 덕분에 캐딜락 CT4 스포츠는 말 그대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다양한 코너를 너무나 빠르면서도 능숙하게, 그리고 ‘너무나 쉽게’ 공략할 수 있었다. 오죽하면 차량에 비치되었던 무전기를 들고, 앞서 달리는 인스트럭터에게 더 빨리 달려달라고 요청하고 싶을 정도였다.
덧붙여 향후에 개별 시승을 통해 캐딜락 CT4 스포츠가 가진 한계영역의 깊이, 그리고 수준의 페이스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렇게 ‘서킷을 놀이터로 만들 수 있는’ 원동력에는 MRC와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의 지원이 자리한다. ATS 프리미엄 사양에서도 이미 적용되었던 MRC는 CT4에 이르며 더욱 섬세하면서도 능숙한 조율 능력을 갖췄다. 이를 통해 이전에 비해 차량 움직임의 변수 억제 및 조율 능력이 대폭 개선되었다.
실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독특한 코너스톤에 오르고, 또 그 위를 달리고, 다시 코너를 빠져 나오며 코너스톤을 탈출 할 때 운전자에게 ‘불안감’ 혹은 ‘다룰 수 없는 불규칙한 움직임’의 발발을 너무나 효과적이고 능숙하게 억제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그리고자 하는 ‘주행의 선’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했다.
운전자의 욕심을 앞세워 차량을 억지고 몰아 세우는 것이 아닌, 캐딜락 CT4 스포츠와 함께 달리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캐딜락 CT4 스포츠는 운전자에게 ‘최적’ 그리고 ‘최속’의 움직임을 보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이와 함께 캐딜락 CT4 스포츠의 전륜에는 브렘보의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제동 성능의 구현을 조절하는 것 역시 쉽고 부드럽게 전개할 수 있도록 조율되어 있어 운전자의 의지에 맞춰 차량의 성능 및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게다가 강력한 제동 성능은 여느 스포츠 성향의 차량들은 버티지 못할 정도로 장시간의 트랙 주행 속에서도 ‘제동 성능의 변화’를 최소로 하는 압도적인 내구성을 겸비하며 ‘브레이크 튜닝’이 절실하다는 어떤 스포츠 성향의 브랜드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원 메이크 레이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존재
캐딜락 CT4 스포츠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달리고 난 후에는 캐딜락 CT4 스포츠에 대한 만족감은 물론이고 캐딜락 코리아가 2021 시즌과 2022 시즌,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서 개최할 원 메이크 레이스에 대한 기대감이 솟구쳤다.
그 형태나 구성이 어떻게 되는 CT4 스포츠로 트랙을 달릴 수 있다는 건 분명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즐거운 일’이라는 것은 분명할 분명하다. 다만 아마추어 원메이크 레이스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들만의 상금 챌린지'가 아닌 고객들의 새로운 놀이터로 준비돠어야 할 것이다.
좋은점: 세련된 파워트레인과 우수한 주행 밸런스, 그리고 MRC 및 브렘보 브레이크의 가치
아쉬운점: 다소 좁은 공간, 그리고 캐딜락 특유의 안정감에 의한 '심심함'
최적의 드라이빙 파트너, 캐딜락 CT4 스포츠
캐딜락 CT4 스포츠는 단순히 ‘매력적인 스포츠 세단’이라기 보다는 운전자를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드라이빙 파트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자의 의지만 억지로 앞세우며 자동차의 하드웨어를 소모하는 드라이빙이 아닌, 자동차를 하나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자동차의 움직임’ 그리고 차량이 가진 기능과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이가 스티어링 휠을 잡는다면 캐딜락 CT4 스포츠는 동급 최고 수준의 드라이빙을 선물할 것이다.
그렇게 캐딜락 CT4 스포츠라는 플랫폼은 소유욕을 자극하고, 스릴을 과시하는 고성능 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냈다.
촬영협조: 캐딜락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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