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남측의 영해 침범을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며 돌연 서해 군사경계선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실종 공무원 시신 수색에 나선 군과 해양경찰청이 자신들의 수역을 침범했다며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5일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단히 미안하다”며 사과한 지 이틀 만이다. 1953년 설정된 NLL을 놓고 침묵하다 20년 전 자기 측에 유리한 해상 군사경계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한 북한이 이를 다시 쟁점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남측에서 지난 25일부터 수색작전으로 우리 측 수역을 침범시키고 있다”며 “새로운 긴장을 유발시킬 수 있는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무단침범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보도에서 언급된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은 북한이 1999년 1차 연평해전을 일으키며 일방적으로 설정한 분계선이다. 이 분계선은 NLL보다 훨씬 남쪽에 설정된 것으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 해역 대부분이 북측에 포함된다. 우리 군은 NLL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이 분계선을 근거로 2002년 6월 연평해전, 2009년 11월 대청해전,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등 서해상에서 무력 도발을 이어왔다. 북한은 이후 2007년 NLL 바로 아래 쪽에 걸쳐진 '서해 경비계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1953년 8월 유엔군사령관이 설정한 NLL은 육지의 군사분계선(MDL)과 달리 정전 협정이나 남북 합의로 설정한 경계선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실질적 해양경계선 역할을 해왔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부속 합의에서도 남북은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는 북한이 NLL을 수용한 근거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북한이 1999년 자체 해상 군사분계선을 설정한 이후 수 차례 무력충돌이 벌어지면서 서해는 ‘한반도의 화약고’가 됐다. 이에 남북 정상이 이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바꾸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쉽사리 정리되지 않았다. 2007년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공동어로수역 지정과 평화수역 조성에 합의했지만 이후 장성급회담에서 이를 구체화할 접점을 찾지 못했다. 2018년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다. 남북 정상이 평화수역 조성을 논의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9ㆍ19 군사합의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3조)고 명시하긴 했지만 이 약속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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