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공무원 피격 사건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보고, 대처, 공개 과정 곳곳에 안이하거나 잘못 판단한 대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이 느끼는 실망감을 청와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심쩍은 부분을 소상히 해명하고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27일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었지만 피격 사건 대응 과정에서의 의문점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국민을 구출하려는 노력이 안 보였다는 점이다. 실종된 이모씨가 북한 수역에서 발견됐다는 첩보는 22일 오후 6시36분 처음 청와대에 서면으로 보고됐다. 이씨가 3시간 동안 살아 있었지만 북과 접촉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25일 북한 통일전선부가 전통문을 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전하고, 며칠 전 정상끼리 친서를 주고받은 것을 보면 남북 간 핫라인은 두절되지도 않았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8시30분 대면 보고로 피격 사실을 듣고 “북에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니 이런 뒷북이 어디 있나.
대통령 보고가 늦은 점도 해명이 필요하다. 우리 군은 22일 밤 10시11분 시신(북측 주장은 부유물)을 불태우는 불꽃을 감지해 이씨의 사망을 파악했다. 23일 오전 1시 청와대에서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것은 그만큼 심각하게 봤다는 뜻인데, 대통령에겐 알리지 않았다니 납득이 어렵다. 이날 오전 1시26분으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방해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의심된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잔혹성을 감춘 채 유엔에서 종전선언을 주장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볼썽사나운 모양을 연출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국민에게 해명하고 사과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국민 생명을 경시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세월호에 빗댄 야당의 대통령 비판이 과하다고 맞설 게 아니라, 실망한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북의 사과를 받아들이되 진상 파악과 책임자 처벌은 계속 요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국회 대북규탄결의안에서 발을 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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