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이 해상 침범", “군 발표도 불경스러워”
?'적반하장' 北에 아무 말 못하는 軍
‘서해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저지른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던 군 당국이 지난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 이후 사흘째 침묵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 군의 발표를 뒤집는 사건 경위를 주장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수색 중인 당국을 향해 “영해 침범”이라는 적반하장식 경고를 하는 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취임한지 1주일 안팎인 군 수뇌부가 북측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청와대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2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남측에서 수색작전으로 우리 측 수역을 침범하고 있다”며 “무단침범행위를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군 당국과 해양경찰청은 NLL 이남에서 정상적으로 수색 활동 중이지만 북한은 1999년 자신들이 NLL보다 훨씬 남쪽으로 설정한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침범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를 바로잡거나 유감을 표하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언론의 개별 취재에 “실질적 해상경계선인 NLL 이남에서 정상적으로 해상 수색활동을 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북한이 25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으로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 경위에 대한 우리 군의 발표를 상당 부분 부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상부 지시에 따라 총격을 가하고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는 군 당국의 발표와 달리 ‘불법 침입자에게 해군 경비정장이 행동준칙에 따라 총격을 가했고,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불태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 당국을 향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같은 불경스러운 표현을 쓴 데 대해 커다란 유감을 표한다"며 되레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군 당국은 묵묵부답이었다. ‘불경스럽다’는 북한의 한 마디에 입을 닫은 것으로 굴욕적 침묵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만행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24일)던 군 당국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을 통해 “대단히 미안하다”고 사과한 이후다. 여권이 “북한 최고지도자가 사과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김 위원장 사과로 이번 사건을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군이 궁색한 침묵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군은 이번 사건 대응 과정에서도 사건 경위를 늦게 발표해 비판이 쏟아졌다. 군은 22일 밤 서해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피격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23일 실종 사실만 공개했다가 24일에서야 피살 경위를 설명하며 북한 규탄 성명을 냈다. 서 장관은 25일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서 장관과 원인철 합참 의장은 각각 지난 18일과 23일 취임했다. 수장 교체 과정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우왕좌왕한데다, 자신들을 군 수뇌부로 발탁한 청와대에 곧 바로 직언하기 어려워 눈치보기로 일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 주장의 의도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며 "북한 입장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섣부른 대응이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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