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조사서 무궁화 10호엔 85벌... 실종 전 숫자 몰라
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마지막 행적을 수사 중인 해양경찰이 이 공무원이 실종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해경 수사에서 사망한 공무원이 실종 당시에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 군 당국이 제시한 자진 월북의 중요한 근거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
27일 해경에 따르면 신동삼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지난 24일 군 당국이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해양수산서기 A(47)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공개한 직후 연 브리핑에서 "A씨가 실종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 국방부 관련 첩보 등을 종합해 볼 때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경은 이후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지난 21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 국가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499톤)에서 실종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물적 증거나 직장 동료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해경은 지난 24일과 26일 2차례 진행한 무궁화10호에 대한 현장 조사에서 이 배에 규정보다 많은 85벌의 구명조끼가 실려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원이 19명인 무궁화10호에는 규정상 29벌의 구명조끼가 비치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종 전 무궁화10호에 구명조끼가 얼마나 비치돼 있었는지에 대해 어업관리단 관계자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면서 A씨가 배에서 구명조끼를 가져갔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배에는 폐쇄회로(CC)TV 2대가 설치돼 있었으나 실종 사흘 전인 지난 18일부터 고장이 나 A씨의 마지막 행적이 찍히지 않았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 북한 해안에서 북측에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부유물에 의지하고 있었다. 해경은 A씨가 구명조끼를 배에서 가져갔는지, 따로 준비했는지, 해상에서 표류하다가 발견했는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다.
해경 관계자는 "국방부 발표를 토대로 브리핑에서 A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했다고 한 것"이라며 "현재 해경의 공식 입장은 A씨가 실종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해경은 지난 25일 군 당국에 A씨 월북 정황과 관련한 자료도 요청했으나 제공 여부에 대해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군 당국은 앞서 북한 통신신호 감청정보(시긴트ㆍSIGINT) 등을 토대로 A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시하는 등 자진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A씨의 형은 본보와 통화에서 "자진 월북이 절대 아니다"라며 군 당국의 발표를 믿지 않았다.
한편 해경은 A씨 시신 수습과 유류품, 증거 자료 확보를 위해 해상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는 동시에 휴대폰 통화내역과 금융ㆍ보험계좌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해경은 A씨가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자진 월북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해경은 A씨가 직장 동료로부터 빌린 돈 등 채무가 수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A씨의 채무 규모와 그 채무가 도박 등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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