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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태웠다" "혈흔만 있었다"...남북, 누군가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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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태웠다" "혈흔만 있었다"...남북, 누군가는 거짓말

입력
2020.09.25 20: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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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 당국과 북한 발표 어긋난 3대 팩트

안영호(왼쪽(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 뉴시스

안영호(왼쪽(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 뉴시스


북한이 25일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공개한 ‘서해 공무원 A씨 피격 사망 사건’의 전말은 전날 우리 군 당국의 발표와 크게 세가지 대목에서 갈린다.

우선 국방부는 A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는데도 북한군이 총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A씨가 월북 의사를 밝히지 않은 불법 침입자였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시신에 기름을 부어 해상에서 불태웠다고 밝혔고, 북한은 A씨가 붙잡고 있던 부유물만 태웠으며, 부유물엔 혈흔만 있었다고 반박했다. 북한의 총격과 시신 처리가 '상부 지시'에 따른 의도적 만행이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북한은 대위 혹은 소령급인 정장(바다에 떠 있던 A씨에게 접근한 북한 경비정 지휘관)의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남북 정상간 친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남북 정상간 친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제사회 처벌 피하려는 북한의 거짓말?

북한의 주장은 ‘의도치 않은 우발적 사건’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날 국방부는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22일 오후 3시 30분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부유물에 타고 있는 A씨를 최초로 발견하고 북한군이 총살하기까지 6시간이나 걸린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6시간 사이에 보고와 지시가 오간 정황을 군당국이 파악한 것으로 알려진다. 월북하겠다는 비무장 민간인을 북한이 '즉결 처분'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릴 터였다.

북한의 설명은 달랐다. 북한은 25일 “22일 저녁,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다. 22일 '오후'가 아닌 '저녁'으로 A씨 발견 시점을 다르게 주장한 것이다. '사살(추정)'이라고 한 것은 의도성을 부인한 표현이다.

북한은 A씨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한 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 군인들은 행동 준칙에 따라 40~50m 거리에서 10여 발의 총탄을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며 부유물에 다시 접근해 보니 A씨는 사라지고 "많은 양의 혈흔"만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시신을 불태웠다는 남한 발표를 부인하고, "국가비상방역 조치에 따라 부유물을 소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파장을 의식한 북한의 면피성 해명일 가능성이 상당하다. 비무장 민간인 사살은 유엔 인권이사회나 국제사법재판소(ICC)로 전선이 옮겨갈 수 있고, 전쟁 중 민간인 보호를 위한 제네바협약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국방부 청사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 실종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국방부 청사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 실종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남한 정보 분석, 불완전했을 수도

반대로 북한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가 첩보를 토대로 사건 경위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일부 허점이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부 판단은 군과 정보당국,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미국 정보자산 등 복수 채널로 수집한 첩보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 이 중 상당수는 북한 통신신호 감청정보(시긴트ㆍSIGINT)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 조각을 모아 암호화된 정보를 풀고, 퍼즐을 맞추는 과정을 수 차례 반복했다는 뜻으로, 정확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군 당국은 24일 “22일 오후 10시 11분쯤 감시 장비에 찍힌 불빛이 시신을 태우는 불빛이라는 것은 여러 첩보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사후에 파악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한 사실도 통신 감청으로 파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역시 100%의 정확도를 확신할 순 없다. 군 당국은 A씨의 월북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구명조끼 착용 △어업지도선에서 내릴 때 신발을 두고 간 점 △부유물을 이용한 점 등을 들었지만, 전부 정황 증거다.

정승임 기자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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