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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05명 맞은 '상온 노출' 백신… 오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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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05명 맞은 '상온 노출' 백신… 오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입력
2020.09.25 18:40
수정
2020.09.25 22: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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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신성약품 백신 1차 조사결과 발표
정은경 "의료기관에 일일이 안내 하지 못해"
전주 자체 파악 179명…전국 224명 이상 접종한듯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부터 12세 미만 영유아와 어린이, 임신부의 무료 독감 접종을 재개했다. 뉴스 1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부터 12세 미만 영유아와 어린이, 임신부의 무료 독감 접종을 재개했다. 뉴스 1


무료접종용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정부가 22일부터 무료접종을 급히 중단했지만, 일부 병원에 보건당국의 공지(21일 밤)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효능 저하가 우려되는 백신이 최소 105명에게 접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접종 중단 지침이 일사불란하게 의료기관들에 전해지지 않았고, 일부 병원은 무료접종용과 유료접종용 백신을 섞어 관리하면서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백신이 일부 접종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국가백신유통 업체로 선정된 신성약품의 관리 부실로 500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에 달하는 독감 백신의 접종 일정이 최소 2주나 늦어진 데 이어, 보건당국과 병원들의 과실마저 더해진 것이다.


"사용 중단" 전달 못 받은 병원들에서 접종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5일 브리핑을 열고 “(일시 사용 중단을 결정한) 정부 조달 백신을 105명이 접종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와 백신 조달 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은 22일 시작되는 만 13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 임신부 무료접종을 앞두고 전국 의료기관에 500만 도즈를 미리 공급했는데, 일부 병원이 정부의 사용 중단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 백신을 접종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접종 시작 전날인 21일 오후 11시쯤 “국가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정 청장은 “(21일) 밤 10시 넘어 의료계 시스템과 정부 예방접종등록시스템, 공문을 통해서 (예방접종 중단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전국 2만여개의 병원과 보건소에 전부 이 공지가 전달되지는 못했다. 정 청장은 “긴급하게 공지를 하면서 미처 의료기관들에 다 일일이 안내를 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문제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정부의 과실을 인정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105명 중 22일 이전에 63명, 사용 중단을 발표한 후인 22일 34명, 23일에 8명이 접종 중단 조치가 내려진 백신을 맞았다. 접종자는 모두 13세 이상으로 서울 부산 전북 전남 지역에서 접종했다. 하지만 사용 중단 백신 접종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전주시보건소는 사용 중단 백신을 맞은 시민이 179명이라고 밝혔다. 질병청이 발표한 전국 105명보다 많은 수치다. 이에 대해 정 청장은 “우리는 23일까지 파악한 통계를 발표한 것이고 전주시에서 해당 병원을 계속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접종자) 숫자는 계속 변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이 집계한 105명과 전주시의 179명에는 전주 한 병원에서 접종한 60명이 양쪽 수치에 모두 포함돼 있는데, 중복된 수치를 빼도 최소 224명이 접종 중단 백신을 맞은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병원 측의 허술한 백신 관리도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방접종 업무를 위탁받은 병원들은 국가가 조달한 백신과 병원이 자체적으로 구매한 백신을 분리해 관리해야 하는데 한 병원은 그 물량을 섞어서 보관했다. 이 병원에서만 594명이 독감 예방접종을 했는데, 이 중 60명은 사용이 중단된 백신을 맞았다. 정 청장은 “해당 병원은 백신 관리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아 (예방접종)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 없다"

사용 중단된 백신을 맞았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질병청의 입장이다. 정 청장은 “백신이 1회용으로 이미 다 주사기에 충전돼서 밀봉된 상태로 공급되기 때문에 오염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며 “또 관련 부작용도 아직 보고된 게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환경과 시간, 밀봉 상태를 고려했을 때 품질이 변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도매상에서 출발해 의료기관에 도달하는데 걸린 최장 운송 시간과 운송 중 온도 등 관리기준에서 가장 크게 벗어난 조건들을 고려해 문제가 된 백신들의 안정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신성약품이 상온에 노출시킨 정확한 백신 양과 시간도 확인 중이다. 독감 백신 제조사가 시행했던 안정성 평가에서 해당 제품들은 통상 영상 25도에서 최소 14일~최대 6개월까지 품질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청장은 “너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2세 이하 영유아, 임신부 무료 접종 재개

한편 정부는 12세 이하 영ㆍ유아 및 어린이, 임신부에 대한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25일 오후부터 재개했다. 4주 간격으로 두 번 접종을 해야하는 영유아들도 접종 가능하다. 이들이 맞는 백신은 정부공급이 아닌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구매한 백신으로 유료 접종 백신과 동일한 것이다. 접

종 대상이 되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 및 임신부는 질병청이 운영하는 '예방접종 도우미' 홈페이지(https://nip.cdc.go.kr)나 예방접종도우미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전에 병ㆍ의원 예약 후 접종을 받을 수 있다. 29일부터는 추석연휴 기간에 운영하는 의료기관도 조회해볼 수 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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