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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양성은 뭐고 지표환자는 또 뭔가

입력
2020.09.25 2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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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중강연을 할 때 전문용어에 대한 설명에서 늘 고민스럽다. 알고 보면 그리 어렵지 않아도 용어가 낯설면 청중은 일단 귀를 닫기 쉽다. 한 가지 떠올린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만한 지점에서 얘기를 풀어가는 것이었다. 가령 생물학에서 생식이 가능한 무리를 가리키는 ‘종(種)’에 대해 언급할 때, 이렇게 질문해봤다. “중고등학교 때 ‘종-속-과-목-강-문-계’ 라고 외운 기억나세요?” 의외로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창시절 시험에 나올까봐 열심히 외운 덕이겠지만, 이유야 어쨌든 강연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얘기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였다.

코로나19에 대한 전문용어들을 접하면서 이번에는 독자 입장에서 ‘공부의 기억’을 더듬는다.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지식을 단서삼아 주의 깊게 내용을 살펴본다. 하지만 일상과 이미 멀어진 단어의 의미가 곧바로 떠오를 리 없다.

얼마 전 코로나19 검사를 모든 국민에게 실시하자는 의견이 등장했다. 처음에는 그럴 듯한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찬성하는 댓글도 많았다. 덩달아 정확도가 매우 높은 국산 진단키트의 개발 소식이 계속 눈에 띄었다. 확진자 수에 대한 발표를 매일 들으며 걱정하느니 우수한 장비도 갖춘 김에 전수검사를 하면 상황파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 준 글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사실 제목은 거의 들어맞았지만 막상 읽으려니 부담스러웠다. ‘전 국민을 코로나 진단키트로 검사하지 않는 수학적 이유’였다. 생물학에 이어 수학까지 떠올려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설명은 한 단계씩 찬찬히 이어졌다. 확률에 대한 얘기였는데, 어렴풋이 떠오른 기억의 지점부터 차근차근 끌어가는 느낌이었다.

평소 생각한 진단키트의 정확도는 현실의 일부만을 반영한 개념이었다. 감염자를 감염자로, 비감염자를 비감염자로 제대로 맞힐 확률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불가피하게 감염자를 비감염자로, 비감염자를 감염자로 잘못 맞추기도 한다. 흔히 의약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오류의 유형에 대한 설명이었다. 예를 들어 99%의 정확도를 갖춘 진단키트로 전 국민을 한 차례 검사한다고 가정해보자. 100%에 가깝지만 1%나마 잘못 맞출 확률이 있다. 전수검사가 이뤄진다면 잘못 판별되는 숫자가 상당할 테고,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이다. 이보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할 경우에만 검사하고, 더욱 정확한 판단을 위해 추가검사와 전문가의 종합적 소견 등이 뒤따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쉬워 만족스러웠지만 아쉬움은 있었다. 몇 차례 반복 등장한 전문용어가 여전히 낯설었다. 가령 감염자를 비감염자로 잘못 판별한 경우를 위음성, 반대의 경우를 위양성이라 불렀다. 오히려 영어 표현(false negative, false positive)이 쉽게 다가왔다.

정부 발표에서도 두 용어가 가끔 등장한다. 마침 국내 한 과학전문매체가 그동안의 정부 발표문을 살펴보니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꽤 많았다고 밝혔다. 첫 확진자를 의미하는 지표환자, 여러 명의 검체를 취합해 검사하는 풀링검사 등의 용어가 그 사례다. 연구와 조사가 우선 필요하지만 일반인이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용어를 선택하고 풀이해주는 배려 또한 중요하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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