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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장외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범보수 외연확장이 화두로 등장했지만 교집합을 찾기보다는 갈등의 골을 키우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24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 양반이 대체 정치를 아느냐”면서 안 대표를 깎아내렸다. 안 대표가 김종인표 혁신을 겨냥해 “100일 넘게 고생했지만 실제 민심이 변하는 지표는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한 지 얼마 안 돼서다.
□두 사람의 갈등은 최근 '공정경제 3법' 견해 차이로 더 깊어졌다. 안 대표는 “불공정경제 해결의 핵심은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진정한 자유시장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가뜩이나 내부 설득 작업이 쉽지 않은 김 위원장 입장에선 안 대표가 재를 뿌렸다고 받아들였을 법하다. 그는 곧바로 안 대표를 겨냥해 “자유시장경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2012년 안풍(安風)이 불 때 김 위원장은 잠시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둘이 대척점에 선 것은 2016년 1월 김 위원장이 분당으로 위기에 몰린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했을 때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민주당을 뛰쳐나가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 대표를 겨냥해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사람이다” “정치를 잘못 배워서 그렇다” 등 독설을 내뿜었다. 하지만 2017년 대선을 1주일 앞두고는 안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가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복되는 관계의 부침은 한마디로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안 대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부정적 평가는 이런 부침을 겪으면서 굳어져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안 대표도 현재로선 먼저 아쉬운 얘기를 꺼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신장개업하며 간판까지 바꿨지만 아직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당장 서로 등을 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이지만 인물난이 심각하고, 안 대표도 인지도는 높지만 3석 소수정당 대표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의 신경전은 결국 내년 4월 재보선이나 내후년 대선을 염두에 둔 샅바싸움 성격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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