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들 "이럴거면 병역 의무 왜 지나"
중장년층 대북정책 선호 떠나 실망감 표현
22일 해양수산부 현직 공무원이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ㆍ살해된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국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북한군이 한국 국민을 사살하고 그 시신을 훼손한 것을 파악했음에도 보고나 외부 전파 등 후속 대응이 늦었고, 외부로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사이 대통령이 오히려 '한반도 평화 체제'를 강조하며 앞뒤가 맞지 않는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에 많은 실망을 드러냈던 청년들은 "북한이 사살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해명한 군의 안이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육군으로 복무 후 전역한 예비역 이모(25)씨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다녀온 시간이 아까울 정도"라며 "정부가 우리 국민 한 사람의 목숨도 제대로 지킬 생각이 없다면 병역의무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사망한 공무원 A(47)씨의 월북 시도 사실을 일부러 흘리면서, 사태의 책임을 A씨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병역 의무를 앞둔 대학생 김모(22)씨는 "돌아가신 분이 월북하려 했는지 아닌지는 궁금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며 "우리 국민들이 당연하게 국방의 의무를 지듯, 정부도 국민의 목숨을 구하는 일 그 하나에 집중해야 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념에 따라 대북 정책에 대한 입장이 갈리곤 했던 중장년층 세대들 역시 이번 피격 사건에 대해 한 목소리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현국(49)씨는 "평소 한반도 평화 정책을 지지해 주변에서 '빨갱이' 소리를 들을 정도였지만 이런 상황에까지 엄정한 대응 대신 평화통일을 논하는 행태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신모(59)씨 역시 "우리 국민이 북한으로부터 끔찍한 일을 당하는 걸 알고도 월북하려던 사람이라며 손 놓고 있는 게 대북 정책이냐"며 "정부를 더 이상 응원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바다에 표류 중인 민간인을 사살하고 시신을 잔인한 방법으로 훼손한 북한 측의 대응을 놓고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군 인권센터는 "어떤 이유로도 군인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함부로 살해하는 일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며 이날 유엔에 한국과 북한에 대한 긴급 방문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여론이 한 목소리로 북한의 잔인한 행태와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대북 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는 상황에 맞지 않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분노를 부채질하기도 했다. 사살된 공무원 A씨에 대한 사건 전모가 드러난 24일, 통일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독일 통일 과정을 소개하며 평화 통일의 교훈을 얻자는 내용의 카드뉴스를 게재했다. 통일부의 SNS 글을 두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의 피격 정황이 알려진 당일 올라온 글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거나 "북한을 강력 규탄한다더니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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