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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이 들고나온 ‘쌍순환(双循環)’

입력
2020.09.2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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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제
조병제전 국립외교원장

화웨이 제재는 중국 정보통신 역량 견제
중국은 새로운 발전전략 ‘쌍순환’ 모색
안보와 경제 아우르는 종합 대책 필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중국 교육·문화·보건·체육 분야 전문가 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심포지엄을 주재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중국 교육·문화·보건·체육 분야 전문가 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심포지엄을 주재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이 되면 중국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끊을 것’이라고 했다. 40년간 통합을 거쳐온 미중 경제가 분리될 것인가?

'탈동조화(decoupling)'를 두고 말이 많지만, 실상을 보면 아직 두 경제가 본격적인 분리 과정에 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중 간 양방향 투자는 2017년 상반기 400억달러를 기록한 후, 작년 상반기 130억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상품 교역에서는 감소 추세가 분명치 않다. 2017년 이후 중국에 대한 관세가 6배나 올랐지만, 교역 규모에 뚜렷한 변화가 없고, 미국의 적자도 여전히 3,000억달러를 넘는다.

변화가 분명한 곳은 정보통신, 특히 화웨이에 대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와 금년 일련의 조치를 통해 미국 기술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일체를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게 차단했다. 2차 제재가 두려운 모든 반도체 기업이 거래를 중단했다. 삼성, SK하이닉스, 심지어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 SMIC까지 화웨이 제재 준수를 선언했다. 화웨이가 어떤 회사인가. 중국 정보통신산업의 간판이고 5G 통신의 선두주자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미국의 조치에는 일개 기업 제재를 넘는 목적이 있는 듯하다. 미국은 화웨이 제재를 통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경로를 장악했고, 이로써 중국의 정보역량을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의 50%를 소비하지만, 자체 생산은 소비량의 30%에 불과하다. 첨단 제품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중국 최고 파운드리 SMIC의 기술 수준은 14나노미터(㎚). 삼성이나 TSMC의 7㎚보다 3년이나 뒤진다. 미국의 제재하에서 중국이 세계 수준의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2025년까지 반도체 70% 자급을 달성한다는 ‘제조 2025’는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에는 큰 타격이다. 강대국의 조건은 군사력이다. 현대 군사력은 정보통신이 결정하고, 그 핵심에 반도체가 있다. 미국의 전략이 중국의 추격을 늦추는 데 있다면, 급소를 제대로 짚었다.

관건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다. 미국의 공세를 맞아 중국은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국내 대순환을 중심으로 국내ㆍ국제 순환을 촉진한다’는 ‘쌍순환’을 제시했다. 쉽게 말해 내수 진작이고 자급자족이다. 특히 첨단기술 자립에 우선순위가 있다. 향후 5년간 이 부문에 1조4,000억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10월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14차 5개년계획(2021~25)의 중심 개념으로 확정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소련과 일본을 상대로 패권경쟁에서 이긴 경험이 있다. 소련에는 경제력으로 이겼다. 소련 GDP는 1975년 미국의 57%에 이른 것이 최대였다. 일본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던 터라 더 쉬웠다. 일본이나 소련에 비하면 중국은 까다로운 상대다. 중국은 안보를 의존하지 않는다. 소련 때와 달리 진영 구분도 애매하다. 얽힌 경제를 풀어내는 일은 고통스럽고 시간이 걸린다. 독일, 프랑스, ASEAN 등 대부분 국가가 경제 분리에는 부정적이다. 이런 상황이면 공격하는 미국도, 방어하는 중국도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중의 공수가 ‘약속대련’처럼 보일 수 있는 이유다.

중국의 발전전략 변화가 우리에게 갖는 함의는 크다. 앞으로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대중 수출이 감소할 뿐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더 이상 거대한 시장이 아닐 수 있다.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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