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수처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수사협조 의무 규정을 공수처법에 넣을 경우, 공수처가 검찰이나 경찰의 상위기관으로 여겨지는 등 일부 우려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요청에 따라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보내면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 공수처법은 17조4항에서 '처장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경우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장에게 고위공직자범죄등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기록 및 증거 등 자료의 제출과 수사활동의 지원 등 수사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당이 '4항의 요청을 받은 관계 기관의 장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하자 법사위에서 대법원에 검토의견을 의뢰했다.
대법원은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의 상위기관 역할을 하는 대목을 우선 문제 삼았다. "공수처가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상위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사처장의 수사협조 요청을 받은 관계 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수사처장의 수사협조 요청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감사원법 등 관계 기관에 대한 협조 요청을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을 고려해,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등의 예외사유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공수처의 직무 범위 확대 및 추천위원회 구성 및 의결 요건의 완화에 대해서도 "우리 헌법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수사기관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 고위공직자범죄 척결을 위한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칙 등이 실체적?절차적으로 손상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공무원의 고위공직자범죄 등 고발 의무 등을 새로 명시한 것도 기존 법체계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의 고발 의무는 이미 형사소송법에 명시돼 있고, 기관의 고발의무도 감사원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권익위법 등에 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정안에 대한 대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은 입법정책적 결정사항이라는 것"이라며 "개정안에 대한 찬반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