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합친 민간 부문의 빚이 3,700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 규모로 팽창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속에 기업들이 긴급자금 확보에 나섰고, 가계 부문에서는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국가부채뿐 아니라 민간부문 부채도 갈수록 위험 수위를 높여가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기준 민간신용(가계부채+기업부채) 규모는 약 3,716조원으로 추산됐다. 가계부채는 1,637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 늘었고, 기업부채(2,079조5,000억원)는 9.6% 증가했다.
기업부채는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급격히 늘었다. 기업들이 예비자금 확보를 서두르면서다. 동시에 6월 이후 주택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가계의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66.5%로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6.2%로 역시 197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채 규모도 늘었지만,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명목GDP가 줄어들면서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급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전년보다 9.7%포인트 상승했는데, 올해는 반년만에 이미 9.1%포인트가 늘었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2017~2018년 무렵부터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출 규모가 늘어나다가 올해는 코로나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당분간 민간신용 증가율이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한은은 시중 금리가 낮아지고 각종 금융 지원책이 마련되면서 신용 위험이 수면 위로 부각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에 표면화한 금융 불안 상황을 측정하는 월별 금융안정지수(FSI-M)는 지난 4월 23.9까지 치솟았으나 8월에는 13.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한 신금융안정지수(FSI-Q)는 지난해 말 64.1에서 2분기 말 기준 70.1까지 올랐다.
한은은 “기업실적 부진과 실물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산 가격은 상승하고 있고 대출 공급도 커졌다”며 “금융취약성이 축적되면서 실물경제 하방 위험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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