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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정당방위? 흑인 살인?... 美 인종갈등 또 폭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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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정당방위? 흑인 살인?... 美 인종갈등 또 폭발 우려

입력
2020.09.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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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마약수사 도중 흑인 여성 피격 사망
대배심 "경찰 정당방위"... 사실상 면죄부반발시위 격화... 시위현장서 경찰도 피격트럼프, 시위 폭력성 부각시키며 쟁점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브레오나 테일러 사망 사건에 대한 대배심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23일 경찰이 시위에 참여한 한 청년을 체포하고 있다. 루이빌=AP 연합뉴스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브레오나 테일러 사망 사건에 대한 대배심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23일 경찰이 시위에 참여한 한 청년을 체포하고 있다. 루이빌=AP 연합뉴스

미국에서 흑백 인종갈등 뇌관을 건드리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흑인 여성 사망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면죄부를 받자 곳곳에서 반발 시위가 격해진 것. 게다가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총에 맞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세하면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재점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니얼 캐머런 켄터키주(州)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은 23일(현지시간) 집에서 잠을 자다 경찰 총탄에 숨진 흑인 여성 브레오나 테일러 사망 사건에 대해 "대배심이 경찰의 정당방위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연루 경찰관 3명 중 현직 2명은 아무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았고, 사건 이후 해고된 전직 경찰관 1명만 사망 사건과는 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사실상 경찰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 사건은 그간 미국에서 벌어진 경찰 총격 중 가장 논쟁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3월 루이빌에 거주하던 26세 흑인 여성 테일러는 집에서 잠을 자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게 8발의 총격을 맞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마약 수색을 위해 테일러의 집에 예고 없이 진입했고, 테일러의 남자친구가 괴한으로 오인해 총을 발사하면서 경찰의 대응 사격이 시작됐다. 경찰은 총 32발을 쐈고, 집에서 마약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니얼 캐머런 미국 켄터키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 발생한 브레오나 테일러 사망사건에 대한 대배심 평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프랭크퍼트=AP 연합뉴스

대니얼 캐머런 미국 켄터키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 발생한 브레오나 테일러 사망사건에 대한 대배심 평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프랭크퍼트=AP 연합뉴스

캐머런 장관은 "당시 경찰은 테일러 남자친구의 총격에 한 경관이 허벅지를 다쳐 대응한 것"이라고 평결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총기 사용 절차를 어긴 채 아파트에서 총을 10발이나 쏜 브렛 핸키슨 전 경관은 주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가 쏜 총탄의 일부는 임산부와 어린이가 있던 테일러의 이웃집 방향으로도 향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켄터키주 최초의 흑인 법무장관인 캐머런 장관은 이날 발표 도중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는 "나 역시 흑인이고 이 사건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안다"면서 "사실을 밝히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테일러의 사망이 가슴 아프다. 만약 제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제 어머니도…"라고 하다 잠시 목이 메는 듯 말을 멈췄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감정이나 분노에 따라 행동하면 정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흑인 사회는 즉각 평결에 반발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오늘의 평결은 책임을 묻는 것도 아니고 정의에 가깝지도 않다"면서 "형사사법 체계는 썩었다"고 비난했다. 캐머런 장관의 발표에 대해선 "악어의 눈물"이라고 쏘아붙였다. 테일러의 변호인인 벤 크럼프 변호사도 트위터에 "터무니없고 모욕적인 판정"이라고 썼다.

켄터키주를 중심으로 반발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고, 뉴욕ㆍ시카고ㆍ밀워키 등에서도 동조 시위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과 지난달 위시콘신 커노샤의 비무장 흑인 피격사건으로 달아올랐던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다시 달아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루이빌 시위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총에 맞자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데에만 주력하면서 사태 추이는 더욱 예단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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