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상황 보고서 분석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익을 가지고 대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벼랑끝 '한계기업'이 전체 기업의 5분의 1을 넘을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한은이 24일 공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은 3,475개(전체의 14.8%)로, 전년 대비 239개(7.4%) 늘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한계기업이란 이른바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으로 정의한다. 쉽게 말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상태로, 지속가능성을 의심받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특히 한은은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직후의 매출 충격이 연중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이 같은 한계기업 수가 올해 말 5,033개로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전체 외부감사 기업의 21.4%에 이르는 규모로, 국내 기업 5곳 중 1곳은 도산 위기의 한계 상황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한은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매출충격 시나리오 중 가장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전체 기업의 매출액이 평균 10.5% 감소하고, 코로나19 취약업종은 29.5% 급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도 전체 외감기업 여신의 22.9%인 175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2019년 한계기업 여신(115조5,000억원) 대비 52%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한은은 올해 들어 한계기업이 부도에 빠질 가능성(예상부도확률)도 크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2018년 말 3.1%, 2019년 말 3.2%에서 올해는 6월 현재 4.1%까지 오른 상태다. 예상부도확률은 주가로 판단한 기업의 자산가치가 이 기업이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 이하로 하락할 확률을 의미한다.
다만 한은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한계기업 증가를 일부 억제한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이자 상환 유예 등으로 표면상 금융시장은 안정돼 있지만, 코로나19가 지속될 경우 누적된 부채부담이 신용시장에 큰 충격이 될 있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코로나19 영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 현재 나타나는 재무지표가 근본적인 채무상환능력 약화를 반영하지 못해 신용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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