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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의 어원

입력
2020.09.2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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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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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의 어원은 신라 때 추석을 일컫던 고유어 '가배(음차: 嘉俳)'에 있다. ‘가배’는 원래 길쌈 대회를 일컫던 말이지만 그 축하연을 하던 ‘가배날’도 지칭했다. 이는 시간 인접에 따라 ‘아침’으로 ‘아침밥’을, 공간 인접에 따라 ‘머리’로 ‘머리털’을 의미하는 것과 유사한 표현 방식이다.

‘가배’는 *가ㅂㆎ>*가ㅸㆎ>가외>가위’로 변천했다. 국어학자 박병채, 박갑수 님은 ‘가배/가ㅂㆎ’란 ‘갑+{애/ㅇㆎ}’로 형태분석되는 말인데, ‘갑’은 ‘중간이다, 반이다’란 뜻을 나타내는 형용사 ‘갑다’의 어간, ‘애/ㅇㆎ’는 접사로 보았다. 이런 추정의 근거는 중세국어 ‘가ㅸㆍㄴㄷㆎ’(가운데)’가 ‘갑다’의 관형형과 장소명사 ‘ㄷㆎ’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앞말이 가리키는 단위의 절반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인 ‘가웃’(갑+ㅇㆍㅅ(접사)→*가ㅸㆍㅅ>가옷>가웃)도 위 형태분석을 뒷받침한다고 보았다.

‘한’은 ‘큰’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이니, ‘한가위’는 ‘가장 큰 가윗날’ ‘가장 중요한 보름날’이라는 의미다. 한 달의 가운데라고 할 보름 중 음력 ‘팔월 보름’은 농경 사회에서 추수기의 명절이기에, ‘정월 대보름’보다 더 중시되었다.

고려가요 ‘동동’에는 ‘팔월 보름은 한가윗날이지만, 님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진정한 한가위’라는 내용이 나온다. 팔월 보름을 가장 중요한 보름이라 선조들이 여겼던 것은 풍성한 수확과 더불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기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모두 흐뭇한 한가위를 맞이하면 좋겠다.


김문오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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