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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고용위기,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입력
2020.09.25 06:00
수정
2020.09.25 07: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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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금 여성 고용의 위기를 새삼스레 꺼내든 이유는 무엇인가? 가부장적 노동시장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언제 여성 고용이 큰 문제가 아닌 적이 있었나? 위기일수록 주류 집단의 안위가 큰 걱정이 되고 그래서 약자들의 외침은 달리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 위기가 아니더라도 여성은 구조적인 차별을 받아 왔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 비율이 32.4%로 OECD 내에서 최상위 수준이었다.

안 그래도 이 문제를 고치지 않고는 양성평등은 물론, 경제활동 인구 감소, 저출산 인구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다고 난리였는데 최근의 코로나 경제위기는 바로 여성의 일자리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에서 7월 사이 일시 휴직자 수가 여성이 101만명으로 남성 60만8,000명보다 67%가 많았다. 여성들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아 비대면 사회적 상황에 더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통계청 조사로 지난 7월 여성 비경제활동인구가 26만4,000명이 증가했는데 그중 21만7,000명이 육아와 가사부담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실업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서 월등히 높아지고 있는데 비정규직에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실업할 확률도 여성이 남성보다 높아졌다.

더 안 좋은 뉴스는 여성들의 자살률이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자살률이 남성이 6.1% 감소한 반면에 여성은 7.1% 증가했다, 남녀 간 자살률 증감세가 반대로 움직이는 이례적인 일로 1987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우리와 비슷한 가부장적 경제사회구조를 가진 일본도 코로나 위기로 지난 8월에 작년 동기 대비 자살자가 15.3% 증가했는데 여성은 40.1%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가부장적 경제사회 질서는 위기에서 여성을 보호하기보다는 희생을 요구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떤 처방이 필요한가? 여성이 주로 고용된 서비스 업종들에 대한 추가적인 경영안정 및 특별고용유지 지원금을 기간산업 지원에 치중한다고 경시하지 말아야 하고, 여성들의 책임이 과중한 돌봄과 양육을 위한 긴급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여성 고용의 양을 늘리고 안정성을 높이는 정책들이 위기라고 보류되거나 등한시되어선 더 큰 사회적 재앙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지난 9월 1일 여성고용이 상습적으로 부진한 기업 52개 명단을 공표했다고 반발하는 일들도 있었는데, 이는 원래 해오던 것이고 위기 이전 3년 치 실적을 평가한 결과이기도 하다. 어떻게 위기에서 기업들에 여성고용을 지키라고 규제를 적용하는가 하는 지적도 있었는데, 위기의 여파를 흡수하거나 위기 극복의 국면에서 공정하게 여성을 배려하면 될 것이다.

여성들에게 양보와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 예산은 2011년 이후 총 209조원이 들어갔으나 합계출산율은 2011년 1.24명에서 2019년 0.92명으로 감소했다. 지금의 위기에서 여성들에게 더 큰 시련이 돌아간다면 악화된 저출산 위기를 해결하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아이를 낳으면 돈을 준다는 근시안적 대책보다 안정된 일자리에 여성이 장기간 일할 수 있는 고용구조와 문화를 만들어 주고 경제 위기가 오더라도 이 약속은 유효하다는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가부장적 시장 문화를 혁파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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