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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숨은 영웅', 필수노동자 지키기 나선 성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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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숨은 영웅', 필수노동자 지키기 나선 성동구

입력
2020.09.25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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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소재 한 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집을 방문해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성동구청 제공

서울 성동구 소재 한 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집을 방문해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성동구청 제공

“겁은 나지만, 거동 못 하는 어르신 끼니는 어떻게 합니까. 저도 생계를 꾸려야 하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 등 ‘비대면 노동’이 확산하고 있지만 요양보호사 황복순(63)씨의 노동 환경은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면 노동이다. 서울 성동구의 사회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그는 매일 관내 어르신 두(83세, 93세) 분의 집에서 3시간씩 가사를 돕는다. 황씨는 “내 일이라 하긴 하지만, 언제 감염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요즘 그의 노동은 분명 ‘위험 노동’이지만 황씨가 받는 급여엔 위험수당이 포함돼 있지 않다. 급여도 8년째 거의 제자리다. 황씨는 “돈 생각하지 않고 마스크라도 매일 갈아 쓸 수 있게 정부나 구청에서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동구의 국공립유치원에 근무하는 보육교사 현율희(46)씨 역시 “확산 초기 코로나19가 어떤 감염병인지 잘 몰랐을 때도, 확진자가 급증해도 유치원을 지켜야 했다”며 “보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마땅히 그래야 하지만 늘 감염 걱정에 시달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들과 같은 ‘필수노동자’의 근무 여건ㆍ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대면 사회도 필수노동 위에 서 있다”며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에 놓인 필수노동자에 대해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을 정도. 필수노동자는 재난상황에서도 국민의 안전 확보와 기본생활 유지에 필요한 일을 하는, 보육교사와 요양보호사, 배달원, 대중교통 운전사, 병원 종사자 등을 일컫는다.

이미 해외에선 이들을 ‘핵심 노동자(Key Worker)’로 부르며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 뉴욕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22명이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필수노동자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한 미국에선 2,0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 필수노동자의 보험료를 보조하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는 개인 계좌로 최대 16주간 1,600캐나다달러(약 140만원)를 지원한다.

국내에서도 뒤늦게 필수노동자를 지키자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데, 가장 앞선 곳은 서울 성동구다. 성동구는 이달 10일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전국에서 처음이다.

성동구는 해당 조례에서 필수업종을 ‘재난 등 긴급 상황 발생 시에도 주민 안전과 최저생활보장 등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대면업무 등 근로 지속성이 유지돼야 하는 업종’으로 정의했다. 관내에서 근무하는 필수노동자의 근로실태 등을 조사한 뒤 위험수당지급, 심리치료ㆍ건강관리 지원, 안전장구 보조 등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구는 관내 민간 기업들과도 협약을 맺고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자발적인 처우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24일 현재 성동구에선 1,400여명의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의 일상을 돌보고 있고, 병원급 의료기관 지원인력 345명이 청소ㆍ경비ㆍ급식조리 등에 종사하며 방역 최전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정환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은 “필수노동자의 공통점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라며 “성동구의 결정을 계기로 필수노동의 가치가 재평가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번 조례 제정은 필수노동자가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광역지자체, 중앙정부의 지원이 이어져 필수노동자 존중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재난 상황을 보다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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