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춰선 2020년. 헝클어진 일상, 꼬여버린 삶의 시간표들을 생각하면 갑갑함이 밀려온다. 이럴 때일수록 가만히 앉아 한숨 돌리며 소소한 여유를 찾는 게 필요하다.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좋지만 차분하게 앉아 책 한 권 펼치며 사색에 잠기는 것 자체가 때론 ‘힐링’이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책만 펼치면 졸음이 밀려 온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추천해주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전국 40개 중형 서점 모임인 한국서점인협의회(한서협)가 전문가들의 맞춤형 큐레이션을 담아 낸 ‘종이약국’과 ‘시작책’(북바이북)이다.
인생의 고민, ‘종이약국’과 상담하세요
‘종이약국’은 나름 대국민프로젝트다. 한서협 소속 40여개 서점마다 우체통을 설치해 고민이 담긴 엽서를 모았다. 저마다의 사연은 있지만 고민의 접점은 찾을 수 있었다. ‘미래’, ‘자존감’, ‘가족관계’, ‘사회관계’, ‘이별’, ‘마음의 치유’ 등 20가지가 추려졌다. 다음은 책 추천. 다독가이자 애서가로 유명한 작가, 출판평론가 17명이 나서 장르불문, 천차만별의 책 311권을 처방했다.
추천은 이런 식이다. “사는 게 우울하고 의욕도 없다”는 고민 앞에서 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는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나무생각)을 권한다. “삶의 무기력,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느낀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남이 바라는 나’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물어야 한다”면서다. 김민섭 작가는 슬램덩크(대원씨아이)를 골랐다. “사회라는 코트에서 뛰는 누구에게나, 몇 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반드시 슛을 성공시켜야 할 때가 찾아올 때 잠시 “타임”을 외치고 용기를 주는 책”이란 소개 글이 붙었다.
“꿈을 찾지 못한 채”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다양한 고민마다 달린 추천 도서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다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올해 가기 전에 ‘시작책’으로 독서여행을
‘시작책’은 말 그대로, 책 읽기를 버거워하고 막막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리스트다. 베스트셀러나 고전 위주의 추천 도서 목록은 탈피하고, 독서 초보자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입문용 책들로 구성됐다. 시, 소설, 에세이, 인문교양, 과학, 철학, 자기경영, 심리학, 예술, 그림책, 초등 청소년 등 분야별로 정리돼 있어 관심사별로 ‘시작책’을 고를 수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 12명이 총 540권의 책을 선정했다. 소설 분야에서는 김서령 소설가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사계절),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민음사), ‘옥상에서 만나요’(창비),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문학동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현대문학) 등을 추천했다.
책을 권한 저자들은 하나 같이 “독서는 여행”이라고 이야기한다. ‘시작책’은 먼저 책의 세계로 발을 들인 선배 여행자가 건네 준 여행 지도다. 이 지도를 따라가다 독서의 매력을 깨닫게 되면,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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