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목어 헤엄치는…세상의 ’끝집’ 지나면 원시의 ‘계곡 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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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목어 헤엄치는…세상의 ’끝집’ 지나면 원시의 ‘계곡 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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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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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가장 가까운 봉화 산골, 백천계곡과 청옥산자연휴양림

전국의 큰 산이 그렇듯 태백산은 강원 태백과 경북 봉화에 걸쳐 있다. 보통 태백 당골과 유일사에서 등반을 시작하는데, 봉화 백천계곡에서 오르는 길도 있다. 덜 알려진 만큼 인적이 드문 원시의 숲길이다.

백천계곡의 '계곡 깊은 길'. 백천마을에서 태백산 정상으로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약 2km 순탄한 원시의 숲길이 이어진다.


태백에서 봉화로 이어지는 31번 국도에서 터널 2개를 통과하면 봉화 석포면 대현리다. 이곳에서 태백산국립공원 이정표를 따라 약 3km를 들어가면 현불사 주차장에 닿는다. 백천계곡과 ‘백천명품마을’이 시작되는 곳이다. 마을 입구 개울가에 열목어 전망 덱이 설치돼 있다. 몸길이 50~70cm, 팔뚝만한 물고기가 수십 마리씩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데 계곡을 찾은 날은 안타깝게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흐린 날은 자취를 감추기도 한단다.

대현리에서 백천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도 숲길 못지 않은 명품 드라이브 코스다.


백천계곡을 유유히 헤엄치는 열목어. 이성원 기자

연어과에 속하는 열목어는 20도 이하의 차가운 물에서 사는 민물고기이다. 황갈색 바탕에 자갈색의 무늬가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다. 4~5월 알을 낳을 때는 온몸이 짙은 홍색으로 변하고,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 부분에 무지갯빛 광택이 나서 더 아름답다고 한다.

백천계곡은 수량이 풍부하고 계곡이 깊어 냉수성 어류인 열목어가 서식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국내 열목어 서식지 남방 한계선이자 세계에서 열목어가 살 수 있는 가장 남쪽지대로 일대가 천연기념물 제74호로 지정돼 있다. 낙동강 수계에서는 유일하게 열목어가 서식하는 곳이다. 1960년대 초에는 일대에 광산이 개발되면서 사람이 몰려 들었고, 광산 폐수와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멸절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후 강원도 홍천의 열목어를 이주시키고 치어를 방류해 현재는 개체수가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백천명품마을에는 특색 있는 이름의 6가구가 약 1,5km 계곡에 흩어져 살고 있다.


백천계곡 '끝집' 앞에도 백천명품마을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백천명품마을은 집마다 특색있는 명패를 달고 있다. 투방집은 귀틀집의 지역 사투리다.


계곡 입구부터 열목어 조형물과 함께 ‘백천명품마을’ 안내판이 요란하다. 마을이라고 하지만 계곡 따라 6가구가 띄엄띄엄 흩어져 있다. 통나무를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얹은 ‘투방집(귀틀집)’,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농사짓는 ‘사과부자집’, 집 앞에 바위 하나가 지키고 선 ‘큰바우집’, 계곡 건너 ‘나무다리집’, 그리고 가장 위쪽의 ‘끝집’ 등의 이름으로 문패를 대신한다.

끝집을 지나면 약 2km 평탄한 계곡 산책로가 이어진다. 아직까지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울창한 숲길이다. 어둑어둑한 그늘에 청량한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 계곡엔 한낮에도 뿌옇게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인간과 완전히 단절된 듯한 순수 자연의 풍광이다. 평탄한 산책로가 끝나면 태백산 정상으로 가는 본격적인 등산로가 이어진다.

태백산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 부근 '끝집'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계곡 깊은 길'이 이어진다.


원시의 자연을 간직한 백천계곡. 한낮에도 어둑어둑하고 뿌연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계곡 깊은 길'은 청량한 물소리와 함께 약 2km 이어진다.


백천명품마을 과수원에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끝집 부근의 태백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까지 차로 갈 수 있지만 주차 공간이 3~4대에 불과하다. 현불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으면 명품마을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물소리길, 나무다리길, 과수원길 등 200~400m 짧은 탐방로로 계곡을 넘나들고, 마을과 과수원을 통과한다. 이곳의 명품은 열목어만이 아니다. 희귀 동물로 수달과 산양이 서식하고, 투구꽃 제비꽃 등 100여종의 야생화, 함박꽃나무 귀룽나무 등 70여종의 나무도 명품마을의 구성원이다. 사실 대현리에서 백천마을로 이어지는 도로 자체도 명품이다. 구불구불한 계곡 따라 이어지는 주변 풍광이 일품이다.

대현리에서 약 4km 거리에 청옥산자연휴양림이 있다. 해발 700~800m에 조성된 고산 휴양림이다. 야영장이 설치된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한여름에도 더위를 잊을 정도로 서늘하다. 요즘 같은 시기엔 가벼운 점퍼를 준비하는 게 필수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의 야영장. 계곡 옆 짙은 나무 그늘 아래 텍이 설치돼 있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의 숲과 공기는 농도가 다르다. 와인으로 치면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보디감에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비결는 최대한 인위적 요소를 배재한 자연스러움에 있다. 인공조림의 일본잎갈나무 숲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자연림에 가깝다.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도 매끈하게 다듬지 않고 부러진 가지를 그대로 달고 있어 원시의 힘이 느껴진다. 소나무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이 유별나지만 이곳 솔숲은 단일수종으로 가꾸지 않았다. 소나무 사이에 산뽕나무, 가죽나무, 단풍나무, 쪽동백나무 등 키 큰 나무와 개다래, 미역줄나무 등 덩쿨식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물박달나무 등도 검푸른 숲에서 하얀 자태를 뽐낸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의 무림당.1980년대 산림가꾸기 사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숙소였다.

야영장 맨 위에 무림당(撫林堂)이라는 통나무집이 있다. 무속인의 당집이 아니라 숲을 어루만지는 집이라는 뜻이다. 1986년 숲 가꾸기 사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숙소로 청옥산자연휴양림의 기원이 되는 시설이다. 당시 도로 상황을 감안하면 태백이나 봉화에서 출퇴근이 불가능한 곳이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은 휴양관과 야영장을 갖추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중인 현재 숙박시설은 운영하지 않는다. 당일 입장권으로 탐방로 산책만 가능한 상황이다.

봉화=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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