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투자금 유치 단계에서 공공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전파진흥원) 고위 관계자를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전파진흥원 쪽에 로비를 한 것으로 지목된 정영제 골든코어 대표(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를 출국금지하는 등, 옵티머스의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3일 옵티머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옵티머스 수사팀은 "정 대표가 2017년 전파진흥원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전파진흥원 고위 관계자 A씨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진술은 검찰이 앞서 구속기소한 사건 핵심 인물 김재현(50) 옵티머스 대표와 유모(39) 스킨앤스킨 고문 등을 추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파진흥원 기금 관리 부서를 잇달아 거쳤고, 현재도 전파진흥원에 재직 중이다. 로비 실행 주체인 정 대표는 옵티머스 전ㆍ현직 관계자들이 한결 같이 '옵티머스 부실 채권 운영 구조를 설계한 주범'이라고 지목한 인물이다.
정 대표는 로비 대상으로 의심받는 A씨와 함께 가족 해외여행을 다닐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옵티머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정 대표가 입버릇처럼 '전파진흥원 투자금은 내가 끌어왔다'며 자랑삼아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전파진흥원 기금 관련 부서를 거친 A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공공기관이 운용하는 정부 기금을 무리하게 끌어 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검찰은 전파진흥원이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748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파진흥원은 2018년 투자금과 관련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의뢰하면서 '옵티머스 투자금이 성지건설 등 무자본 M&A에 쓰인 정황은 뒤늦게 알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전파진흥원이 치밀한 검증 없이 부실 채권에 거금을 투자한 과정에 고위 관계자에 대한 로비가 있었는지 △로비가 있었다면 어떤 대가가 오갔는지 △이 로비가 실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옵티머스 사건이 불거진 후 연락을 끊고 잠적한 정 대표의 행방을 쫓는 한편,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전현직 관계자들은 정 대표가 전파진흥원 투자금 유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이후 성지건설 인수 과정,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를 가장한 부실채권 인수 및 펀드 돌려막기 등에 전반적으로 개입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체류 중인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역시 정 대표가 범행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정 대표가 운영하는 골든코어는 옵티머스 관련사들과 지분 및 금전 관계로 얽혀 있다. 검찰은 정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로비 의혹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그의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살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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