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월 "위로 같은 위로 아니라, 체념 같은 위로 건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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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월 "위로 같은 위로 아니라, 체념 같은 위로 건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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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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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김사월. 이름은 예명으로 4월에 태어났다는 이유에서 지었다. 유어썸머 제공


‘오늘 밤 나는 좋은 칼과 총을 / 과거의 우리에게 겨누고 들어가/ … / 너의 침대에 저주를 보내서 / 세상 가장 불행한 사랑을 / 나누게 할 거야’(‘오늘 밤’)

14일 발매된 가수 김사월의 세 번째 솔로 앨범 ‘헤븐’은 영화처럼 생생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강렬한 이미지는 쉬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감정들과 결합해 역설적으로 깊숙히 들어간 내면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오늘 밤’이 들려주는 서늘하고 섬뜩한 상상력이 잔인하기보다 쓸쓸하게 들리는 이유다.

앨범 제목과 같은 곡인 ‘헤븐’은 역설의 표본이다. 앨범의 출발점이 된 곡인데도 가장 마지막에 배치된 것부터 그렇다. ‘더러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며 / 세상이 이대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 생각했다’

‘헤븐’에서 김사월은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세상이 폭발하고 자신 역시 증발했으면 좋겠다고 노래한다. 지옥 같은 새벽을 보낸 뒤 아침이 되면 어김 없이 일말의 희망을 찾아 나서야 하는 삶. 천국이란 고통스러운 지옥 속에 있는 것이다.


17일 온라인 화면으로 만난 김사월은 ‘헤븐’을 “체념 같은 위로”라 했다. “세상 모두가 행복한데 나만 힘든 것 같은 생각에 새벽에 잠 못 이루고 우울해 하다가도 아침에 해가 뜨면 일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 있잖아요. ‘헤븐’은 그런 마음을 담은 곡입니다. 행복 속에서도 불행이 있고, 우울감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야 하죠. 진짜 행복이란 건 없지만, 진짜 불행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무심한 위로’랄까요. ‘다 잘 될 거야, 행복한 일만 있을 거야’ 하는 위로 말고요.”

'헤븐'은 그가 지금껏 내놓은 앨범 중 가장 어둡고 냉소적이다. 첫 곡 ‘일회용품’에서 ‘내가 일회용품이면 좋겠어’라고 자조하는 김사월은 ‘옥탑에 살 때 더운 날 수박을 가져온 너와 사랑을 나누었던 노란 오후’(‘나방’)와 ‘나의 여생을 함께할 확률이 있는 그런 사람’(확률)’을 떠올리다 ‘기회만 되면 영혼을 헐값에 팔아’(‘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라고 다시 자신을 학대한다.

그런데도 천국이라는 제목을 붙인 건 반어법이다. 그는 “반어를 섞으면 감정을 강조할 수 있으니, 일종의 매운 맛 같은 것”이라 말했다. 속삭이듯 노래하는 그의 음악들이 강렬하고 생생한 이미지를 남기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사월은 “화려한 가창을 자랑하는 음악이 아니다 보니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게 된다”며 “일기를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이를 토대로 가사를 쓰는데 ‘속마음이 꼬여 있어 이렇게까지 말하기도 하는구나’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4년 듀오 ‘김사월X김해원’으로 데뷔한 그는 솔로 1집 ‘수잔’, 2집 ‘로맨스’를 내놓으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5개의 트로피를 거머쥘 만큼 평단의 사랑을 받아왔다. 인디 포크 성향의 앨범이라는 점에서 ‘헤븐’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주제나 음악적 측면에서 더욱 넓어졌다는 평을 듣는다.

“1집에선 어린 시절의 제 이야기로 수잔이란 사람을 소개했고 2집은 사랑을 이야기했어요. 이번 앨범은 혼란스러운 사바 세계에서 시작해 천국으로 끝을 맺습니다. 2집까지 김해원씨가 편곡을 해줬는데 이번엔 저 혼자 했어요.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메시지가 많으니 개인 작업처럼 들려도 괜찮을 것 같았거든요. 전자음악도 넣고 딜레이 같은 음향효과도 넣는 등 이런저런 상상력을 많이 시도했죠.”

데뷔할 때만 해도 ‘수틀리면 빨리 살 길 찾아야지’ 하고 생각했다는 김사월은 네 장의 앨범을 내놓으며 인디 음악계의 스타로 성장했다. “큰 이변이 없으면 음악을 계속하는 음악가이고 싶습니다. 나만의 카리스마를 찾아야겠죠. 엄청 멋있지만 친근하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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