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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사고 건물 지어줄게” 지적장애인 로또 1등 당첨금 가로챈 부부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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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사고 건물 지어줄게” 지적장애인 로또 1등 당첨금 가로챈 부부 실형

입력
2020.09.2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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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증거 부족" 무죄받았지만 항소심 징역 3년∼3년 6월
부동산 자신 명의로 하고 대출까지 받은 행위는 가로채려는 의도 있다고 판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0년 동안 알고 지낸 지적장애인의 로또 1등 당첨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부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글도 잘 모르는 피해자를 속여 부동산을 자신들의 명의로 한 행위는 재산을 가로채려는 의도가 충분하다고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했다.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 이준명)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A(65)씨 부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과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부부는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B씨가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알게 된 뒤 문맹이자 13세 수준의 지적장애인인 B씨에게 “충남에 있는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줄 테니 함께 살자”고 말해 8억8,000만원을 송금 받았다.

A씨 부부는 이 가운데 1억원 정도를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등 멋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돈으로 실제 땅을 사고 건물을 짓긴 했지만 등기는 A씨 명의로 하고,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B씨는 A씨 부부를 고소했고, 검찰을 수사를 벌여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의 주요 쟁점은 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A씨 부부와 B씨 사이에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 B씨가 거금을 다룰 만한 판단력이 있었는지 여부였고,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1부(부장 김병식)는 ‘토지와 건물을 B씨 소유로 하되, 등기만 A씨 앞으로 하고, 식당을 운영하며 B씨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합의했다’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재물 소유에 관한 개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순한 유혹에 현혹될 만큼 판단능력이 결여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검사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펴본 항소심 재판부는 ‘고액의 재산상 거래 능력에 관한 피해자의 정신기능에 장애가 있다’고 판단해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상에서 음식을 사먹는 행위와 거액을 들여 부동산을 장만하는 행위는 전혀 다른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경제활동”이라며 “피해자는 숫자를 읽는 것도 어려움을 느껴 예금 인출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에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유와 등기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를 상대로 마치 피해자 소유로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지을 것처럼 행세해 속인 것”이라고 실형 선고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A씨 부부가 ‘심신장애가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10년 이상 알고 지낸 피해자에 대해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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