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법이요? 운동장에선 파이팅 넘치게 하고,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자고 했는데 그 덕인 것 같네요."
올 시즌 K리그1(1부리그)으로 승격한 광주FC가 파이널A(1~6위)행 막차에 탑승하며 강등 가능성을 완벽하게 지워냈다. 창단 이후 첫 파이널A 진출을 이끈 박진섭(43) 광주 감독은 그 비결이 '소통'에 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2위 인천이 상승세를 탄 만큼 승점 차를 최대한 벌려 강등 위기를 최소화 하자는 생각만으로 22라운드 승리를 바랐다”며 “여기에 마지막 순간, 운까지 따라주면서 강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고 파이널A 진출 소감을 전했다.
3년 만에 K리그1 무대로 돌아온 광주의 올 시즌은 시작부터 고비였다. 성남FC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3연패를 당했고, 세 경기 동안 득점은 '0'에 그쳤다. 아무리 K리그2(2부리그)와의 수준차이가 있다 해도, 지난해 K리그2에서 19경기 연속 무패(13승 6무)ㆍ시즌 최다승ㆍ시즌 최다 승점 신기록을 작성하며 조기우승을 확정 지었던 광주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결과였다. 이때를 첫 번째 고비로 표현한 박 감독은 "역시 1부 선수들이 기술적인 부분에서 실력이 뛰어나고, 골 결정력이 좋아 득점 찬스에서 강하더라"며 "개막 전 엄원상(21) 등 일부 선수들의 부상도 겹쳐지며 위기를 맞은 것 같다"고 했다.
4라운드에서 우승후보 울산현대를 상대로 시즌 첫 득점과 승점을 얻어낸 광주는 5월의 수모를 앙갚음하듯 3연승을 거두며,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이내 2차 승리 가뭄이 시작됐다. 당시 6경기 동안 광주가 쌓은 승점은 단 1점뿐이었다. 박 감독은 "이때가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다"며 "최하위 인천과의 14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이기지 못하면 강등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선수단 전체에 퍼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때 인천전 승리를 기점으로 광주는 6경기 연속 무패(1승 5무)행진을 기록, 파이널A 진출의 불씨를 살렸다.
박 감독은 광주가 강등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비결로 '소통'을 꼽았다. 그는 "3년 전 팀을 맡을 땐 선수들이 자신들이 바라는 걸 잘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그간 운동장에서 파이팅 넘치고, 축구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해왔는데 익숙해졌는지 이젠 다들 잘 한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경기를 뛰는 선수나 안 뛰는 선수나 한마음 한 뜻으로 노력했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며 "좋은 선수들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중 엄원상의 활약이 컸다.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28)를 빗대 ‘엄살라’로 불리고 있는 엄원상은 22세 이하 의무출전 규정을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득점(6득점)까지 도맡아 터트리며 팀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박 감독은 "엄원상이 고생을 많이 했다"며 "부상 회복 후 경기에 나서 골도 많이 넣어주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높이 샀다.
박 감독은 남은 시즌이 선수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박 감독은 "강팀들을 상대로 우리가 해온 축구를 완성시키고, 선수들이 강한 상대와도 잘해나갈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며 "선수들이 이 기간 좋은 걸 얻어가는 게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남은 모든 경기를 열심히 치러 K리그에 재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광주가 6위 할만 했구나'라는 이야기도 함께 듣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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