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비대면 추석"에 이색 '집콕' 프로그램?
고향에 띄운 손편지, 집에서 맞는 달맞이
'올 추석, 찾아뵙지 않는 게 '효'입니다'.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서울시는 23일 홈페이지 등에 이런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뿌렸다. 전국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만큼 고향 방문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 감염병으로부터 서로를 지켜주자는, 1,000만 시민을 향한 호소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비대면 한가위를 위한 대책 마련에 안감힘을 쏟고 있다.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장려하는가 하면 '집콕 추석'을 위한 이색 문화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으며 거리두기 '사수'에 나섰다.
서울시는 내달 18일까지 용미 1ㆍ2 묘지, 벽제리, 망우리, 내곡리 묘지 등 서울시립묘지 5곳의 실내 봉안당을 휴일에 폐쇄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23일 "지난해 추석 연휴에 11만명의 추모객이 몰린 것을 감안해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내린 조처"라고 밝혔다. 대신, 온라인에 추모 공간을 따로 열었다. 서울시립승화원 등 서울 장사시설에 고인을 안치한 유가족은 서울시설공단 장사시설 홈페이지 추모의 집 공간에서 직접 차례상에 올릴 음식 등을 선택해 '랜선 차례'를 올릴 수 있다.
추석 연휴 직전인 29일부터 내달 4일(10월1일 제외)까지 노원구 노해근린공원은 거대한 '자동차 극장'으로 변한다.
노원구는 가로 15mㆍ세로 7m 규모의 스크린을 운동장에 설치해 추석 연휴에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리틀 포레스트' 등을 연달아 상영한다. 노원구 관계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주민을 위해 비록 차에서라도 가족끼리 야외에서 연휴 분위기를 낼 수 있게 마련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추석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끈 곳은 구로구. 지난 22일부터 고향의 부모님께 사랑의 손편지 쓰기 캠페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고향에는 못 가지만, 편지에 정을 담아 따뜻한 한가위를 보내자는 취지다.
'성묘가는 그 길은 황금 들녘이었습니다. 가족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던 그 날이 스쳐 지나갑니다. 아버님, 어머님 올 추석은 죄송합니다'. 송희순씨는 구로구 손편지 캠페인을 통해 부모님 전 상서를 띄웠다. 송씨는 "친정이 부여인데 올해는 부모님이 코로나19로 오지 말라고 하더라"며 "작년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갔는데 귀향을 포기하니 묘하고 울컥해" 펜을 잡았다고 했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3명 중 2명(67.9%)은 추석에 귀향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주민이 집을 나서 인근 휴양지로 몰려 풍선 효과가 우려되는 상황. 집콕 놀이 문화 장려를 위해 서울시 북촌문화센터는 집에서 달맞이를 할 수 있도록 한지로 보름달 등갓을 만드는 체험 꾸러미를 발송한다. 은평구는 불광천을 배경으로 한 그림에 추석에 모인 가족이 색칠을 한 뒤 사진으로 찍어 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리면 추첨해 상품을 준다.
그간 명절에 공동차례나 식당 초대 등으로 해 오던 취약계층 지원도 비대면 방식으로 확 바뀐다.
성동구는 추석에 고향에 못 가는 청년 1인가구에 한가위 도시락을 배달하고, 영등포구는 다문화 주민들을 위한 명절 음식 만들기 체험을 24일까지 온라인 화상 방식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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