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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필요한 적극 행정

입력
2020.09.2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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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3월16일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당시 이귀남(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제2교도소에 수감된 조두순(왼쪽)과 감방 철창 사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송=원유헌기자 법무부제공

지난 2010년 3월16일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당시 이귀남(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제2교도소에 수감된 조두순(왼쪽)과 감방 철창 사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송=원유헌기자 법무부제공


조두순의 만기 출소를 앞두고 경기 안산시가 불안에 떨고 있다. 그가 사회로 돌아오는 12월13일 이후 주민들이 겪을 공포는 당연지사다. 안산시는 아동대상 성범죄자를 출소 후 10년간 ‘보호수용’하는 방안을 건의했지만 정부는 불가 입장이다. 법적 안정성을 고려한 조치겠지만, 정치나 행정의 고유 기능 내지 역할이 아쉽다. 현실은 추상적인 법조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몇 달 전 불광동의 주택가에선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이 반려견을 물어 죽이는 일이 있었다.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여성에게 맹견류인 로트와일러가 뛰어들어 흰색 개가 15초만에 목숨을 잃은 사고였다. 가해 견주는 신고를 하든 말든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을 경우 동물보호법상 맹견은 300만원 이하, 다른 견종은 50만원 이하가 끝이다.

과태료를 1,000만원쯤 매겨도 실수하는 개주인이 나올까. 독일처럼 별도의 반려견 보유세를 내고 책임감 있게 키우도록 해야 한다. 민생에 맞게 진화한 행정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발 빠른 대응과 창의적인 역학조사로 찬사받은 ‘K방역’이야말로 적극 행정의 대표사례로 볼 수 있다. 도쿄 근무 당시 구약소(구청)에 갈 때마다 융통성 없는 일본 공무원들의 독특한 반응에 웃음 짓던 기억이 떠오른다. 매뉴얼에 없는 질문을 하면 당황하며 난감해하는 경우가 흔했다.

적극 행정이라면 이재명 경기지사를 빼놓을 수 없다. 법의 테두리에서 근거를 찾아 무한대로 행정명령을 활용하고 있다. '행정가' 타이틀을 앞세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주자도 우리 정치사에 드문 케이스다. 중산층용 공공주택을 30년 이상 장기로 무주택자 누구나 입주토록 하자는 기본주택, 모든 시민이 1~2%의 낮은 이자로 장기대출 받도록 하자는 기본대출권까지 ‘기본’ 시리즈를 자신의 고유명사로 가져갔다. 2010년 지방선거 전후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무상급식’을 띄운 이후 정책이슈로 정치를 하는 경우는 이 지사가 유일하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윤 의원이 이 지사의 '지역화폐' 정책을 "온라인 사용도 어렵고 다른 지역에서 사용도 안되고 단점이 크다"고 비판하자, 이 지사는 "유통재벌에서 중소자영업자로 소비 이전 효과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윤 의원이 이 지사의 '지역화폐' 정책을 "온라인 사용도 어렵고 다른 지역에서 사용도 안되고 단점이 크다"고 비판하자, 이 지사는 "유통재벌에서 중소자영업자로 소비 이전 효과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그의 정책을 두고 지지층에선 약자를 위한 대안이나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일관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대진영에선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다만 안티가 늘고 공격받을수록 지지세는 더 올라갈 것이다. 대중의 주목도가 커지면 이슈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갈리고 전선이 확대되면서 세를 불리게 된다. 과거 유시민 현상이 그랬다.

이 지사의 과단성이나 전투력은 난세에 유효한 성향이다. 하지만 평시엔 국가기관의 안정성을 해치는 단점으로 인식될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 법치행정은 끝없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기본이고 당위다.

당장은 ‘시대정신’에 더 힘을 실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다. 심상정 대표가 최근 “방역전시체제라며 시민에게 소득손실을 강제하면서 임대소득은 왜 보장돼야 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오랜만에 정의당의 역할을 한 반가운 장면이었다. 역시나 이재명 지사가 영업손실을 임차인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빠르게 담론에 올라탔다.

코로나가 퍼지든 말든 빌딩주만 끄떡없는 현실이다. 임대료를 내리도록 국가가 이들에게도 강제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를 맞아 영혼을 쏟아붓는 행정가의 출현을 기대한다. 그러면 지방자치단체장들 가운데 많은 차차기 리더들이 배출될 수 있다.






박석원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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