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후배들을 위해 총대를 메는 강단의 리더십.”
차기 공군참모총장에 이성용(56ㆍ공군사관학교 34기)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이 낙점되자 공군 내부에선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국방부는 21일 이 신임 총장 발탁 배경으로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정확한 업무처리 능력”을 꼽았지만, 후배들 사이에선 공군 발전을 위해 상부에 ‘할 말’을 하는 선배로 통한다. 2017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었던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앞에서 ‘소신 발언’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공군참모차장이었던 이 총장은 김조원 KAI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후배들 목숨과 직결된 항공기 결함이나 수리 요구를 잘 챙겨봐 달라”는 취지로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 공군은 KAI가 만든 고등훈련기 T-50와 경공격기 FA-50의 주 고객이다. 그러나 공군의 제품 개선 요구가 곧바로 반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항공기에 목숨을 맡기고 타는 공군 조종사 입장에선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고충을 잘 아는 이 총장이 총대를 메고 KAI 수장 면전에다 이야기한 것이다. 이 총장 역시 F-5 전투기를 주기종으로 2,400시간 비행한 조종사 출신이다.
당시 이 총장의 발언은 '용감'한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김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하는 정권 실세로 통했기 때문이다. 1999년 적자에 시달리던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의 항공 부문을 통합해 탄생한 KAI는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지분 26%)이 최대 주주다. 경영진 임명에 정권의 입김이 반영되는 구조다.
‘든든한 선배를 뒀다’는 공군의 자부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로 바뀌었다. 김 사장이 지난해 7월 조국 민정수석 후임으로 낙점 되면서다. 민정수석이 정부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차기 공군참모총장 1순위로 거론됐던 이 총장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설이 퍼졌다. 이 총장은 공군 기획관리참모부장과 공군참모차장 시절 F-35A 전투기와 KC-330 공중급유기 도입을 이끈 데 이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주도,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자주국방의 적임자로 꼽히던 때였다.
공교롭게도 김 전 수석은 서울 강남 아파트 처분 거부 논란에 휘말려 지난달 청와대를 떠났다. 당시 군 안팎에선 “김 전 수석이 물러나면서 이성용 본부장이 무난히 총장 자리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 전 수석이 이 총장의 진급을 실제로 가로막았는지에 대한 '진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 전 수석이 거취를 정리하고 이 총장이 진급한 시점은 미묘하다.
이 총장은 21일 내정 직후 “공군이 항공우주군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사랑 받는 강한 공군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총장은 23일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예정으로, 임기는 23일 0시를 기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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