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미세먼지 관리대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
정부가 15년째 미세먼지 대책을 시행 중임에도 학교ㆍ지하철 등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장소에서 미세먼지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능이 떨어지는 공기청정기를 교실에 설치하거나, 지하철 터널의 미세먼지를 방치해 지하역사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등 소극적 관리가 문제였다. 정부가 2005년부터 추진한 미세먼지 관리대책 실태를 감사원이 들여다 본 결과다.
감사원은 환경부, 교육부 등 24개 기관의 미세먼지 대책 실태를 감사해 22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짧은 기간에 다수의 대책을 수립한 탓에 먼저 추진된 대책의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는 등 미비점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교실 설치 공기청정기, 필터 납품도 교체도 엉망
교육부는 학교 내 공기질 관리를 위해 2017년 8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전국 학교 662곳에서 공기청정기, 기계 환기 설비 같은 공기정화장치 설치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시범사업이 끝난 후 교육부는 공기청정기 설치ㆍ작동 기준을 정했다. ‘청정기 용량(전용면적)은 교실 면적(66㎡)의 1.5배인 100㎡ 이상을 충족할 것’ ‘필터는 6개월마다 교체할 것’ 등이다.
그러나 당시 설치한 공기청정기 1만3,095대 중 4,644대(35.5%)가 교육부가 정한 전용면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후속 조치를 게을리한 탓이다. 공기청정기 유지ㆍ관리를 전문인력이 아닌 교직원에게 맡겨 필터 교체도 제대로 하지 않는 학교도 있었다.
공기정화장치 설치사업을 전국 학교에 확대 적용하는 과정도 엉망이었다.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 말까지 정부가 설치한 학교 공기청정기는 36만여대. 교육부는 공기청정기 필터 성적서 제출 여부만 확인하고, 그 성적서는 점검하지 않았다. 이에 성능 기준에 미달하는 필터가 사용된 사례가 서울 강남구와 경북 포항시 등에서 적발됐다.
지하철은 역사만 관리, 터널은 방치
환경부는 2018~2022년 '3차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 5개년 대책'에서 "지하철 터널 미세먼지 농도는 일반 대기보다 4~6배, 승강장보다 3~4배 높다"면서 오염 공기 유입, 레일 마모 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환경부가 지하철 터널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심각하단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하역사에만 미세먼지 관리기준을 설정하고, 터널에는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반쪽 관리'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예산도 턱없이 적게 책정했다. 2차(2013~2017년) 대책 때는 미세먼지 관련예산 집행금액 32억3,000만원 중 1.5%(4,700만원)만 터널에 투입됐다. 감사원은 “터널의 미세먼지는 스크린도어를 열고 닫을 때마다 역사로 유입돼 승강장의 오염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지하역사를 꼼꼼하게 관리한 것도 아니다. 지하역사 미세먼지 중에는 열차 바퀴와 선로 사이 마찰로 발생하는 니켈, 알루미늄 등 중금속 농도가 실외보다 높았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역사 내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설치한 공기조화기 관리도 부실했다. 1~10㎛ 먼지 90% 이상을 잡아내는 미디엄필터를 써야 미세먼지를 제대로 줄일 수 있는데, 서울지하철 1~8호선 254개 역사 중 187곳에 미디엄필터가 설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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