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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겨냥한 트럼프 '캐치올' 규제, 시작부터 구멍

입력
2020.09.22 15: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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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ㆍ인텔,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 예외 인정
中 '블랙리스트' 압박... "대열 이탈 이어질 것"
화웨이 휴대폰 사업 고사위기... 美 제재 지속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중국 화웨이.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중국 화웨이.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봉쇄망에 시작부터 구멍이 뚫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는 이른바 '캐치올' 규제를 선언했지만, 미국 업체들부터 속속 이탈하면서 대열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wccftech는 21일(현지시간) "미 반도체업체 AMD가 화웨이에 대한 미 상무부 제재의 예외를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19일 포레스트 노로드 AMD 수석부사장은 "미국의 적대 리스트에 오른 일부 기업에게 우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면서 "화웨이 제재가 AMD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AMD의 경쟁사인 인텔도 "우리는 여전히 화웨이에 대한 수출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화웨이 제재를 시행한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캐치올이 무색해진 셈이다.

화웨이가 고객인 다른 경쟁사들도 가세했다. 미국 퀄컴을 비롯해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미디어텍 등이 제제 예외를 요청하며 미 상무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wccftech는 "화웨이를 놓칠 경우 퀄컴은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 한국 기업들은 84억5,000만달러(약 9조8,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예외로 인정해준 AMD의 리사 수 CEO. AMD 제공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예외로 인정해준 AMD의 리사 수 CEO. AMD 제공

중국은 실질적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을 발표하겠다며 압박한 것이 주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2일 "더 많은 기업이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미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강화하고, 기업끼리 협력해 미 제재를 우회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스코가 중국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중국 매체들은 일단 "퀄컴ㆍ시스코ㆍ애플ㆍ보잉이 우선 대상"이라는 지난 5월 보도를 되풀이하고 있다.

화웨이가 일단 예봉을 피했지만 미국의 압박 구도가 헝클어진 건 아니다. AMD와 인텔의 반도체는 주로 노트북 제조용이어서 미국이 직접 겨냥하고 있는 화웨이의 휴대폰 사업이 받을 타격과는 사실상 무관하다. 장쥔무 IT 애널리스트는 "AMD나 인텔이 반도체를 공급해도 죽어가고 있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산업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미 정부가 화웨이 전체를 고사시키기 보다는 경쟁력이 낮은 노트북 사업은 놔두고 경쟁력이 높은 스마트폰 사업을 옥죄는 새로운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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