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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휘둘리는 '갈팡질팡 美 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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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휘둘리는 '갈팡질팡 美 CDC'

입력
2020.09.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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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감염' 경고 띄운 지 사흘 만에 삭제
무증상자 지침 번복에 이어 또 오락가락
전문가들 "정치에 휘둘리는 CDC에 좌절"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 전경.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 전경.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기 감염 위험을 경고한 권고문을 사흘만에 돌연 삭제했다. 앞서 진단검사 대상에서 무증상 밀접 접촉자를 제외하려다 번복했고, 고위험국가발(發) 입국자 검사 기준은 보건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강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가을학기 대면수업 강행 방침과 맞물려 CDC가 정치적 압력에 우왕좌왕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미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CDC가 18일 게재했던 '코로나19가 공기 중 미세입자를 통해 전파될 수 있다'는 내용의 권고문을 사흘만에 삭제했다"고 전했다. CDC는 "홈페이지의 공기 전파 관련 권고를 업데이트하던 중 초안이 실수로 게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CNN에 따르면 CDC는 '코로나19가 비말로 감염된다'는 기존 권고문에 '공기 중 입자로도 퍼진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는 설명을 추가했다가 지웠다.

CDC의 행보를 두고 '정치 도구화' 우려가 제기된 건 처음이 아니다. CDC는 지난 8월 기존 지침을 수정해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어도 증상이 없는 경우라면 진단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기존 방침을 수정했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했다. 지난주부터는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에 대한 검사 기준을 완화해 비판을 자초했다. 하나같이 대선을 의식해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방역 완화 기조와 맞닿아 있다. 과학에 근거해야 할 CDC가 정치권의 압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들이 보건전문가와 과학자를 경시하는 듯한 상황도 잇따르고 있다. 대선캠프 출신으로 지난 4월 임명된 마이클 카푸토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최근 CDC의 코로나19 관련 주간 보고서의 사전ㆍ사후 검열을 요구했다가 논란이 됐다. 그는 지난 13일 "CDC 과학자들은 미국이 건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음모론을 주장한 뒤 지금은 60일간의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보편적 백신 접종은 내년 중순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부정확한 정보"라며 공개적으로 그를 맹비난했다. 사실상 트럼프 정부 인사들이 정략적 판단에 따라 보건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보건전문가들은 특히 공기 전파 위험 문구를 삭제한 CDC의 이번 조치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 각국에서 반복적으로 경고가 나오는 만큼 그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큰데도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점에서다. 지난 7월에는 전 세계 32개국 과학자 239명이 공기 감염 가능성을 주장하며 세계보건기구(WHO)에 예방 수칙 강화를 촉구했고, 미국에서도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같은 주장을 하며 "실내에서는 환기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쉬쉬 자 브라운대 공중보건대 학장은 "CDC가 과학적 조언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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