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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준다고 유기동물 입양 늘어날까

입력
2020.09.22 14:00
수정
2020.09.22 15:1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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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유기견이 식용개를 기르던 뜬 장에서 관리되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경북 울진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유기견이 식용개를 기르던 뜬 장에서 관리되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최근 반려동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솔깃하게 하는 뉴스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를 통해 동물을 입양하면 입양 시 소요되는 비용 중 1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것보다 유기동물 입양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나 누리꾼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싸늘하다. 먼저 누리꾼들은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지원금만 노리고 입양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을 비롯해 "치료비를 내려달라" "그 돈을 다른 동물복지에 써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동물보호단체의 반응도 비슷하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10만원을 준다고 해서 유기동물 보호소를 가보겠느냐"며 "정부의 제안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주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 비용을 당장 열악한 보호소를 개선하거나, 입양을 보낸 이후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데 썼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지자체 동물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비용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갑자기 생긴 건 아니다. 2018년부터 지자체별로 제도를 시행해왔는데 이용자가 많지 않다 보니 홍보 차원에서 다시 발표한 것이다. '유기동물 재입양 활성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했던 '반려동물이 행복한 대한민국 5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여기에 ‘건강검진,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등 지원’ 내용이 담겨 있다.

경북 울진군 유기견 보호소의 개들이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경북 울진군 유기견 보호소의 개들이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무엇보다 시민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10만원을 타내기 위해 입양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을 받으려면 우선 동물 등록을 해야 한다. 또 중성화 수술, 치료비 등 정해진 항목에 대해서 보호자가 미리 지출을 하고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 환급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현금을 받기 위해 입양하기는 어려운 구조로 보인다. 지자체별로 1인당 입양할 수 있는 마릿수도 제한되어 있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지자체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한 다음 실제 입양자가 동물 등록을 하는지 여부를 체크하지 못했다. 반면 지원금을 받으려면 동물 등록을 해야 하니 오히려 동물 등록 비율을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과 동물단체가 우려하는 부분은 유기동물 관련 예산은 한정되어 있을 텐데, 보호소 입양비 지원이 먼저였느냐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현재 유기견 동물보호소의 85%를 민간이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상당하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는 안락사 됐다고 처리된 황구가 실제로는 일반 개들을 기르는 칸으로 이동해서 길러지고 있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는 안락사 됐다고 처리된 황구가 실제로는 일반 개들을 기르는 칸으로 이동해서 길러지고 있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이달 초 경남 고성군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는 보호 중인 유기견들을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불법 안락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북 울진군 유기동물 보호소의 경우 아예 전직 개 농장주에게 맡기는 바람에 동물들 발이 쑥쑥 빠지는 뜬 장에서 길러지는 실태가 알려졌다. 1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오물과 악취가 가득한 뜬 장에 있는 믹스견을 입양해 갈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열악한 보호소부터 개선하는 게 먼저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해외에서는 지자체와 지역 동물병원이 손잡고 건강검진권을 제공하기도 하고,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가 ‘보호소를 비우는 날’을 정해 대대적인 입양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물론 유기동물을 데려가는 이들을 지원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보다 시급한 분야에서 효율성 있는 방안을 먼저 시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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