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500년 만에 첫 셧다운한 서문시장 추석 경기 실종
현풍 곽씨 종택도 "예년 50명 모였던 차례...올해는 10명 안팎"
대구시,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 지원비율 90% 유지 건의
22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서문시장. 지난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폭발적 확산으로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문을 닫았던 곳이다. 이 시장은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앞두고도 지난 봄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듯 한산한 느낌이 가득했다. 건어물 거리, 칼국수와 떡볶이, 어묵 등을 파는 분식가게 거리도 손님이 뜸해 신문을 읽으며 겨우 시간을 때우는 상인도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흔한 말은 딴 세상 얘기가 됐다. 서문시장 한 분식가게 주인은 "지난해만 해도 제수용품 사러 온 시민들이 북적대 국수 삶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지만 지금은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며 "추석도 추석이지만 그 후의 상황이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올 초 신천지교회 발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도시가 마비상태까지 갔던 대구에는 추석 대목이 실종됐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벌초와 성묘는 물론 추석 차례까지 간소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어수선하고 활기가 도는 명절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서울 사는 자식들에게도 "올해는 오지 않아도 된다"며 비대면 명절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서문시장 상인들의 호객도 어깨띠를 두르고 손간판을 든 채 마스크 쓰기와 2m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시장 관계자의 목소리에 묻히고 있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추석 대목 서문시장 방문객도 예년의 절반 정도로 뚝 떨어졌다. 제수용품을 사러온 김효숙(64)씨는 “꼭 필요한 물건만 시장에서 사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온라인 주문을 하든지 동네 마트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문시장 야시장도 한산했다. 21일 저녁 이곳 인기 먹거리 매대에는 시민들이 다소 줄을 서기도 했지만 장이 선다는 느낌은 크게 없었다. 김영오 서문시장연합회 회장은 "평소 같으면 낮에는 시장 주차타워가 꽉 차서 대기 차량이 큰 길까지 이어져야 정상이지만 올해는 자리가 남아돌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의 백화점도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22일 낮12시쯤 A백화점에는 10층 식당 코너에만 손님이 조금 찾아올 뿐 엘리베이터가 다른 층에는 서지도 않고 통과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신종 코로나는 종택의 추석맞이도 바꿔놓고 있다. 임진왜란 때 활약한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을 모시고 있는 대구 달성군 현풍읍 솔례마을 현풍 곽씨 종택도 신종 코로나 타격을 비껴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현풍 곽씨 문중은 매년 추석이면 마을 사람과 종친 등 50명이 넘는 인원이 사당에서 합동 차례를 지냈지만 올해는 10명 안팎으로 축소된다. 제수 규모도 예년의 3분의 1로 대폭 줄였다.
현풍 곽씨 종손 곽태환(73)씨는 "올 추석에는 차례에 참석하라고 하는 것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종친들과 협의해 차례도 간소하게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 17만3,000여개로 전체의 82.6%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에서 소상공인들도 즐겁지 않은 명절을 보내야 한다. 장사도 잘 되지 않지만 정부가 180일인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일을 240일로 연장하고도, 당초 67%인 지원비율을 이달까지만 90% 지원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부담분이 다음달부터 10%에서 33%로 늘게되면 직장을 잃게 되는 서민들도 늘어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는 30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21만여 사업장 중 99.9%를 차지할 정도로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터라 연말까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비율을 90%로 유지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추석연휴 기간 중 귀성인파가 몰리는 동대구역과 복합환승센터 터미널에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한다. 역에서는 해외입국자 동선을 분리하며 신종 코로나 검사 후 곧바로 방역택시로 귀가하는 원스톱서비스를 가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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