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 매물 소멸 속도 더 가파른 탓
"임대차 시장, 전세에서 반전세 중심으로 변화 중"
서울 지역 아파트의 월세 매물량이 전세보다 많아졌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는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후, 전세 매물이 급격히 사라진 여파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중이라고 분석한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22일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 월세 매물은 9,065건으로, 전세 매물보다 277건 더 많았다. 이미 지난 18일부터 닷새째 월세 매물이 전세 매물보다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월 이후 처음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는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사라진 영향이다.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8,788건으로, 일주일 전보다 33.3% 줄었다. 반면 월세 매물은 같은 기간 27.7%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세 소멸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월세 매물이 시장에 전세보다 많아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월세가 전세를 추월한 지 오래다. 아실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월세 매물은 지난달 29일부터 전세 매물을 앞질렀다. 실제 이달 입주를 시작하는 개포래미안포레스트의 경우, 지난달 22일 이후부터 월세 매물이 전세보다 더 많았다. 마포구 또한 이달 2일부터 월세가 전세를 역전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같은 현상을 임대차법 시행 여파로 보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전세 매물은 사실상 없으며, 간혹 나오는 물건도 시세 대비 높은 호가를 부르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임대수익이 나지 않으니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돌린 집주인도 몇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그간 전세의 급격한 월세 전환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 공언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강남은 올봄에 70% 정도가 '갭 투자'를 통해 매수된 집"이라며 "전세금 일부를 돌려주고 월세로 전환하기에는 임대인의 자금 여력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아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세 중심의 임대차 시장이 점차 변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전세 시장이 아예 사라지진 않겠지만, 임대차 시장의 중심이 전세에서 반전세로 옮겨갈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남 전세가격은 소형 주택마저 2억원을 돌파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송파구의 전용면적 30㎡ 이하 원룸 전셋값은 평균 2억614만원이었다.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2억3,313만원과 2억3,875만원을 기록했다. 다방 관계자는 “강서구와 강동구도 원룸 전셋값이 평균 1억원 후반대를 형성하는 등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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